개인채무자회생법은 그동안 나왔던 신용불량자 지원프로그램보다 채무조정 적용범위가 넓고 채무중심의 변제가 아닌 개인의 소득에 비례해 변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의 채무변제 폭이 넓어짐에 따라 신용정보사나 저신용자를 주요고객으로 삼고 있는 저축은행 등에서는 배드뱅크때보다도 더욱더 큰 파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 상당히 불리한 법’이라고 인식하고 그 파장에 대해 우려하고만 있을 뿐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개인채무자 회생법에 대해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 소득중심의 변제로 채무탕감
신용불량자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정부는 개인신용회복제도, 상록수프로그램, 배드뱅크 설립 등 관련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그동안의 제도들이 채권자 즉 금융사를 주체로 한 신용불량자 지원제도라면 이번에 시행되는 개인채무자회생법은 채권자를 배제하고 채무자 중심에서 지원하게 된다.
개인채무자회생법에서는 담보채무 10억원(유치권·질권·저당권·양도담보권·가등기담보권·전세권 또는 우선특권으로 담보된 개인회생채권)과 무담보채무 5억원 등 채무가 15억원을 초과하지 않고 장래소득이 예상되는 지급불능상태의 개인채무자라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개인채무자회생법 신청 채무자는 신청후 14일 안에 채무변제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야 하고 이후 법원의 심사를 통해 인가여부가 결정된다.
회생절차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채무자는 자신의 소득에서 월 최저생계비(36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소득을 최대 8년동안 불입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회생절차에 대해 너무 과도한 지원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극단적으로 한달의 고정수입으로 37만원을 받는 채무자의 총 채무가 15억원이라면 채무자는 월 1만원씩 8년동안 96만원 불입하면 15억원의 빚을 탕감받게 된다.
◇ 저축은행, 위기의식 미흡
개인채무자회생법 시행이 임박했지만 개별 저축은행에서는 아직까지 시행일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이 TFT를 구성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과 비교해볼때 상당한 차이점을 보인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저신용자들을 주요고객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파급효과는 시중은행들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채무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비정상여신의 경우 이미 추정손실로 분류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했기 때문에 채무자회생법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저축은행의 재무제표에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다만 현재 저축은행들이 매분기마다 4000여억원에 이르는 추정손실채권에서 40~50억원을 상환하는 것을 감안하면 기대이익의 감소는 불가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저축은행에 등록된 신용불량자 72만명중 10%정도가 채무자회생제도에 신청을 하게 되면 저축은행의 요주의 채권 혹은 정상채권까지 한순간에 사라지게 된다. 현재 소액신용대출의 부실로 경영악화 상태에 직면해 있는 저축은행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로인해 몇몇 소형저축은행들의 파산까지도 예상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예측이다.
◇ 신용정보사 배드뱅크 이상의 파장 우려
연체채권추심을 전문적으로 하는 신용정보업계는 벌써부터 이번 개인채무자회생제도로 인해 존망이 엇갈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채권추심 물량의 감소와 함께 가장 심각하게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부문은 상환의지를 가진 채무자들이 상환을 미룰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배드뱅크 설립으로 채권회수율 악화를 경험한 신용정보업계로서는 신용불량자사이에서 더 큰 모럴해저드를 발생시킬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용정보사들은 이러한 문제점이 커짐에 따라 12일(오늘) 신용정보협회에서 개최하는 중장기 발전방향 설명회에서 이같은 문제점도 논의할 계획이다.
◇ 서민대출 중단 초래
개인채무자회생제도의 시행으로 신용불량자수를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고 해도 문제점은 산재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신용불량자 사이에서의 모럴해저드를 방지할 대책마련도 미흡한 상태에서 이 제도를 시행할 경우 신용불량자의 모럴해저드는 극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기존의 신용회복지원위원회의 역할이 축소될 뿐만 아니라 존재의미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일부에서는 경고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저신용자들을 주요고객으로 하는 저축은행, 대금업체 등 제2금융권에서 서민대출을 줄일 경우 서민들은 사채시장과 같은 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리스크가 커지는데 서민대출을 시행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이렇게되면 오히려 서민들의 급전창구만 막아버리는 꼴”이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한국도산법연구소 박승두 소장은 “통합도산법이 제정되면 현재의 개인채무자회생제도는 폐지되고 통합도산법에서 이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권에서는 통합도산법이 제정되기 전에 개인채무자회생제도의 수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