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시초는 기보측이 P-CLO 대출기관인 하나은행에 만기도래와 관련 더 이상의 대환이나 재연장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6월 기보측은 창투사들에게 P-CLO 대출금이 일부상환을 전제로 만기를 1년연장해 주기로 했다.
이번에도 투자기업 IPO강화, 코스닥시장 하락, 경기침체 등 창투사들은 투자자금 회수가 어려워짐에 따라 재연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기보가 벤처CBO만기를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러한 기대감은 더욱 증폭됐다. 그러나 예상외로 기보측이 만기연장 불가론을 고수하자 창투사들은 당장에 대출금을 일시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P-CLO 만기연장 절대 불가
기보는 2000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벤처시장의 불황이 지속되고 280을 상회하던 코스닥지수가 100까지 하락함에 따라 지난 2001년 6월과 12월 두차례에 걸쳐 18개 창투사의 투자주식을 담보로 약 766억원의 CLO를 발행했다.
기보가 벤처기업이 아닌 금융사인 창투사에게 CLO를 발행한 것은 창투사의 유동성을 보완하고 벤처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었다.
이미 지난해 P-CLO의 일부상환, 만기연장으로 창투사들이 상환해야 하는 대출금은 이번에125억원, 오는 12월에 159억원 등 총 352억원(12개사)이다.
기보는 이번 P-CLO만기도래와 관련 대환, 재연장없이 일시상환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보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만기연장 불가라는 입장을 창투사들에게 전달해왔다”며 “지금에 와서야 못 갚는다는 등 ‘배째라’식의 입장에 대해선 대출은행을 통해 연체이자율 적용, 회사보유재산 가압류, 신용불량거래처 등재 등 강경수로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 99육성자금·조합해산 등 어려움 몰려
창투업계가 기보측의 P-CLO만기연장 불가 입장에 거세게 반박하고 있다.
이미 창투업계는 CLO의 전액상환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정부당국 및 기보측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입장을 뻔히 알고 있는 기보측에서 내용증명을 통해 만기 전액상환을 요구하는 것은 창투사의 경영악화는 물론 CLO의 원활한 상환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벤처시장과 코스닥시장이 CLO 발행당시보다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일시상환하라는 것은 ‘약주고 병주기’와 마찬가지란 입장이다.
또한 올해 CLO뿐 아니라 99육성자금 등 정부융자금의 만기도래, 99년 결성 투자조합(4800억원)의 해산에 따른 자금수요가 몰린 상황에서 만기연장 불가를 고수하는 것은 창투사들의 존속을 위험케 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한 창투사 관계자는 “투자금회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손실에 따른 우선손실충당금 발생,수익률 저조로 인한 조합원과의 마찰 등이 예상된다”며 “특히 일부조합은 현금화되지 못한 투자주식을 창투사가 매입토록 규정하고 있어 이에 따른 자금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 벤처투자 감소 우려
기보가 만기연장에 대해 불가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이미 올해 벤처CBO의 부실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행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보로썬 더 이상 P-CLO를 연장해 부실이 발생할 경우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창투사들도 투자기업주식 매각을 통해 상환이 가능하지만 상환후 창투업을 영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시상환이 가능한 몇몇 창투사를 빼곤 상환을 위해선 ‘빚 잔치’를 하는 수밖에 없다.
또 지금처럼 벤처시장에 M&A물건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투자기업을 매각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듯 양쪽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금융권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번 사태로 벤처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창투사의 몰락은 민간투자자들의 벤처기업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양쪽의 입장이 팽팽히 대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벤처투자의 감소가 염려된다”며 “시장침체로 벤처투자가 더욱더 절실한 이때 정부의 지원 등 조속한 해결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