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 한투 대투 등을 중심으로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서 ‘대형화’와 ‘특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중 ‘특화’라는 말은 이제 너무 멀리 달아나 버린 느낌이다. 대형사건 중소형사건 사업영역은 물론 수익구조 등이 똑같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 사업영역에 있어서 차별화를 하고자 하는 용기가 부족한 듯하다.
특히 올 들어 증권업계에 자산관리형 영업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일임형랩 등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각 증권사마다 종합증권사로서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한 인상이 짙다.
중소형사로서는 어떻게든 종합증권사로서의 면모를 갖춰야 대형사가 장악하고 있는 브로커리지 등의 시장을 다소나마 나눠먹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들은 자사에 걸맞는 차별성을 키우려 하기보다는 다른 증권사와 같은 구색을 갖추는 데에만 힘을 쏟고 있다.
그렇다면 ‘대형화’만이 살 길인가. 그렇지만도 않은 듯싶다. 똑같은 성격의 증권사끼리 M&A를 해봤자 시너지를 기대하기란 그리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감원이라는 필연적인 출혈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고용창출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에도 역행하는 결과만 초래할 뿐.
실제로 한투 대투의 경우 증권사가 인수하게 된다면 특히 브로커리지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은 인수기업에 밀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 인수기업으로 증권사보다는 은행권을 더 선호한다는 입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브로커리지 등 여타 사업영역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각 증권사마다 브로커리지 및 자산관리, IB 부문 등 사업영역에 특화가 잘 이뤄져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른 부문을 포기하고 어느 한 사업영역에 주력한다는 전략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이에 대한 기회비용이 클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증권산업이 각 증권사별 역할을 분배,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하나의 사업영역에 역량을 집중하는 ‘특화’를 고집할 수 있는 선도자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한다.
김재호 기자 kj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