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동참 문제없어…감독당국 능동적 대처 필요
과연 신 자본협약이 시행되면 우리나라 형편상 국내 은행이 8% 비율을 맞출 수 있는가.
혹시 IMF 당시와 같이 또다시 은행이 문을 닫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
또 은행의 까다로운 신용위험관리로 대기업들이 신용위기를 맞는 것은 아닌가.
신용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새로운 바젤협약이 혹시 개발도상국의 금융시장을 장악하려는 선진국의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등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다. 그렇다면 바젤 II의 기본정신과 실제내용은 무엇이며 왜 우리의 관심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
본지는 바젤 II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실행에 옮길 대응전략에 대해 총 4회분에 걸쳐 연속으로 딜모어 글로벌 컨설팅 이준근 대표이사의 특집 기고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대부분의 선진국의 경우에는 신용위험에서 발생한 여유자본으로 영업위험에 관련된 필요자본을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전국은행연합회가 주최한 워크숍에 의하면 필요규제자본비율은 대기업여신의 경우 7.6%, 중견기업은 6%에 불과하여 2006년 동참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일반의 예상을 뒤엎는 이러한 결과는 IMF이후 투입된 공적자금 160조원의 투입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금융국가와 비교하여도 거의 손색이 없는 위험자산의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은행들은 과거 부실금융의 망령에 붙들려서 신 협약의 동참여부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감독당국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실정이며 감독당국은 은행들의 결단을 기다리며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 차주신용위험 평가 자신없어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차주신용위험을 정확하게 평가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통령인수위에서 제기하였던 잠재부실의 규모에 대한 논란이나 A등급을 부여받은 SK글로벌과 같은 기업의 회계부정사건이 이러한 사실을 잘 증명해 주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수 조원의 부실채권이 우량등급으로 둔갑하여 금융기관에 의하여 거래될 수가 있는가를 다시 한번 심각하게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 신용문화 의식없어
바젤Ⅱ 시행에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신용문화에 대한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금융기관의 임직원은 신용문화가 무엇인지 조차도 모른다. 신 바젤의 궁극적인 목표는 신용문화를 정착하는 데 있다고 하겠다.
신용문화란 다름 아닌 여신의 목적에 따른 상환위험을 측정한 후 적정한 신용위험마진을 징수하여 주주의 위험자본의 안정성과 적정한 마진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의 카드채와 SK글로벌의 부실은 국내금융기관들의 임직원이 모두 신용문화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단기수익에 집착한 결과이다. 금융기관의 임직원은 효율적이면서도 안정적인 금융시스템을 유지할 책임이 있다. 호황기에 축적한 잉여자본으로 경기 하강에 따른 신용위험을 흡수, 기업의 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져 사회 전체가 부실화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확고한 신용문화를 정착하지 않고는 금융선진화는 요원한 일이며 SK글로벌과 같은 사태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 밖에 없다.
하루빨리 투명한 신용문화를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이 앞장서서 책임지고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신용문화에 위배한 부실은 철저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차입한 돈을 무엇 때문에 또 어디에 사용하는지 조차 모르면서 수 조원을 빌려주고 당장 눈앞의 수익만을 추구하는 금융풍토가 쇄신되지 않는 한 신 협약의 동참은 물론 160조원의 공적자금의 회수도 요원한 일이 될 지도 모른다.
■ 신용위험 관리기능 철저 분리돼야
신용위험 통제, 감독을 여신기획 또는 여신관리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신용위험의 관리기능은 영업조직과는 철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조직 내의 여신심사직원이 신용위험을 감독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신용위험관리감독의 책임은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에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층은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다. 차주의 신용위험등급은 차주의 부도확률등급인데 반하여 여신등급은 부도 시 입게 될 예상 손실률 등급이다.
여신심사부서 직원은 이사회에서 승인한 차주등급 시스템의 테두리 내에서 차주의 등급과 담보 또는 여신목적에 따른 위험도 등을 심사하여 위험자산의 취득여부를 결정하는 책임이 있다. 여신기획 및 여신관리부서 역시 여신영업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부서이지 감독하는 부서가 아니다.
직접적으로 위험여신을 취득 또는 창출하는 부서에서 신용위험을 관리할 수 없다. 영업 관련부서에서 신용위험을 관리할 때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영업상의 이유로 신용등급을 엄격히 부여할 수 없는데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차주의 부도시에 입게 될 손실률을 기초로 한 여신등급과 차주등급은 독립된 부서에 의하여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과 조직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조차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것은 고사하고 이러한 개념조차 없는 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따라서 리스크관리부서는 은행장이 아닌 이사회의 직속 산하조직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 정확한 차주등급에 대한 오해
정확한 차주등급을 부여하면 대손충당금 적립에 대한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여신등급별 분류에 의하면 이행여신 중 요주의 여신의 비중은 5% 내외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ETEC 분석자료에 의하면 실제 국내 대기업여신의 약 40%가 부적격이다(선진국의 경우에도 부적격 차주의 여신비중이 약 30%에 이른다). 그러므로 5%와의 차이인 35%의 여신에 대하여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하고 대손충당금 규정에 따라 추가로 1.5%를 적립하여야 한다면 은행의 당기순이익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행 금융감독원의 대손충당금 규정은 자산분류방식으로 거의 여신등급과 유사하다. 먼저, 차주등급과 여신등급은 서로 다르므로 차주등급을 자산분류방식과 일치시켜 대손충당금을 적립할 필요는 없다. 차주등급은 신 바젤협약의 규제자본을 산출하기 위한 것으로 규제자본의 인정범위 안에 대손충당금도 포함된다.
차주등급별 부도율로 차등화된 규제자본의 비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대손충당금 규정을 구태여 적용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대손충당금 규정은 신 협약의 표준법 적용은행(현 협약과 같이 외부평가기관의 차주등급이 없는 일반여신은 일률적으로 8% 적용)에만 해당이 된다.
■ 신용감독시스템 변화 필요
금융감독원의 신용감독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금융감독원의 신용위험감독행태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행정처리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감독원 스스로 자체 DB를 구축하여 적합한 감독기준을 설정한 다음 은행의 자료를 취합하여 신용위험수준을 판단하고 정책을 입안하기보다는 은행의 자료를 단순 취합하여 처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의 고유기능을 본격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여신을 대기업, 중견기업, 소기업으로 분류하고 등급별 여신총액, 업체 수 등의 독자적인 자료를 시급히 구축하여 신용위험을 능동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금융기관별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여 선제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 잠재부실 규모와 원인 파악해야
신 바젤협약의 기본정신은 금융기관이 스스로 위험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예측 가능한 금융시스템에 의하여 금융시장이 안정적으로 가동되도록 하는 데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규제자본의 설정은 단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끝으로, 요즈음과 같이 국내 금융시장이 카드 채와 일부 거대 부실차주에 의하여 흔들리는 현상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에 의하여 잠재부실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원인을 명쾌히 파악하는 작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TEC 평가모형의 신용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의 잠재부실의 규모는 97년 127조에서 2001년 약34조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잠재부실이 일시에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진다면 제2의 금융위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부적격 차주의 대부분이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우량등급을 부여받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이미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여신 84조원의 차주에 대하여는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행하여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은 조기에 퇴출시켜 잠재적인 금융 불안요소를 완전히 제거하여야만 한다. 잠재 부실여신과 채무불이행여신을 포함한 총금액이 전체 대기업여신에 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과 같이 5% 미만에 이르도록 하거나 또는 금융기관의 규제자본으로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강력한 구조조정이 2006년 내에 필히 완결하여야 할 것이다.
또 모든 금융기관의 최고 책임자는 하루빨리 신용위험관리의 선진화를 위한 책임을 각자의 업무목표에 설정하고 그 성과를 주주들에 보고하여 엄격한 평가를 받는 등 투명한 신용문화 확립에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두어야 할 것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