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98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과 외국금융기관들의 국내시장 진입이 매우 활발하다. 당초에 외국자본이 들어오게 된 원인은 국내 금융기관의 부실화와 재무구조 악화 때문이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부실한 국내 금융산업의 회생을 위해서 외국자본 유치가 절실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국내 금융산업을 보호하고 외국자본의 진입을 억제하던 정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부실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 합병, 매수, 퇴출 등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도 국내 금융기관은 여전히 자본이 부족하고 부실한 재무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금융기관들은 아직도 위기관리 능력이 취약해서 금융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가계대출 및 신용카드 연체율의 폭발적인 증가세는 우리 금융기관들의 위험관리 수준을 드러내는 일종의 병리현상이라고 하겠다. SK글로벌 부실채권, 신용카드 부실화 등으로 대손충당금 적립금이 대폭 늘어나면서 올 상반기 은행의 순이익은 작년 동기에 비해 87%나 감소했다. 최근에 외국자본이 더욱 본격적으로 국내 금융기관을 매수하는 것도 이러한 근본적인 취약성 때문이라고 하겠다.
외국자본의 적극적인 국내 금융시장 공략은 우리에게 거부감을 넘어서 상당한 불안감을 준다. 이런 추세로 나가면 외국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을 지배하게 될 우려도 없지 않다.
특히 외국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을 매수하고 금융여력을 확충함으로써 더욱 국내 금융기관 및 기업들에 대한 지분참여를 확대할 전망이다. 외국자본 도입으로 첨단 금융기법을 습득하고 재무구조를 강화하는 등 이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가 국내 투자자에게는 은행소유를 엄격히 규제하면서 외국자본에는 상대적으로 각종 혜택을 줌으로써 카펫배거(carpetbagger)들의 국내은행 점유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투자자에 대한 이러한 역차별은 시정되어야 한다. 또한 최근 국내시장에 진출하는 외국계 투자펀드 등은 투자목적이 철저한 수익성 위주이다. 이들은 높은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자본회수를 서둘르며 높은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급속한 이익실현을 목적으로 지분을 신속하게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 높은 수익만 노리는 이들(Sunny day soldiers)의 수익성 위주전략이 우리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과도한 국부유출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외국자본의 국내 진출이 반드시 국내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 경제가 어려울 때 그들이 오히려 위기를 촉발시킬 수도 있다.”는 어느 은행장의 경고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부실하고 낙후된 국내금융기관을 무작정 보호하거나 방치해서 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국내시장을 적극 개방하고 외국은행과 경쟁을 통한 강한 국내은행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이다. 금융기관의 건전경영을 위한 금융감독을 강화하고 은행경영 및 규제감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은행경영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자율경영, 책임경영을 촉진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은행의 민영화도 시급한 과제이다.
관치금융과 정경유착 등 과거의 불건전한 금융관행을 개혁해야 한다. 세계 거대은행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는 국내 금융기관을 정부가 돕지는 못할 망정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금융기관들도 과잉 인력을 정리하고 자산건전성을 높이고 외국은행의 경영합리화와 위험관리 등 선진금융기법을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