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겸업사와 시중금융기관들이 기업구조조정(CR)시장을 잠식하면서 대부분의 전업CRC가 개점휴업 상태지만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전업CRC들은 경영호조를 보이고 있다.
21일 구조조정업계에 따르면 8월말 현재 59개사 가운데 활발하게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는 회사는 KTB네트워크, 한국기술투자, 네오플럭스 등 겸업사와 골든브릿지, 글로벌어소시에이츠, 윈앤윈21, 지앤아이네트워크 등의 전업사 1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몇몇 전업사가 겸업사의 시장확대와 CRC시장 침체의 틈바구니속에서 투자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인수, 매각 주간사 및 부실채권인수 등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남다른 역량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전업사들이 전문성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태생적 요인이큰 것으로 분석된다.
CRC들은 설립 때부터 보유인력이 10명 내외로 모든 분야를 다루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한 분야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거기에 CRC업무 자체가 고도의 지식과 노하우가 요구되는 점도 전문화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부실채권의 경우 매입 및 매각 과정에서 고도의 전문적인 업무처리가 요구되고 기업인수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처하는 것도 노하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CRC업무의 특징이다.
기업인수부문에선 글로벌앤어소시에이츠(G&A)가 상당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M&A 시장에서 단골로 거론되는 글로벌앤어소시에이츠는 지난해 10월 세계물산을 인수한 후 올 9월초 SK글로벌에 이 회사를 넘기는데 성공했다.
또 글로벌앤어소시에이츠는 설립 첫해부터 상장사인 디에이블 유상증자 실권주 인수 때 처음 등장한 이래 2001년 11월에는 LG투자증권 등이 출자한 밀레니엄구조조정조합을 설립하고 현대금속을 인수하기도 했다.
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골든브릿지는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지비시너웍스를 통해 매각주간, 인수자문, 구조조정컨설팅 등 업계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의 핵으로 떠오른 뉴코아의 매각주간사를 맡아 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CR REITS) 설립을 통해 분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경기화학, 고려당, 미주제강의 매각주간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윈앤윈21은 부실채권관련 전문 회사로 지난해 국제상사의 정리채권 및 정리담보권 1603억원어치를 1310억원에 인수해 올 8월에 580억원어치를 매각에 나서고 있다.
또 올 상반기엔 700억원규모의 강남 KTB빌딩과 여의도 하나증권 빌딩을 1100억원에 사들이며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글로벌앤어소시에이츠 김두호 이사는 “전업CRC는 대형 겸업사에 비해 인력과 자금력에서 모두 열세일 수 밖에 없다”면서 “전업사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한 분야를 전문화시켜 노하우와 시장의 신뢰를 쌓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