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채권 감축이 은행의 생존을 좌우하는 최우선 가치로 떠오르면서 종전의 몸집 불리기보다는 내실(위험 관리)에 치중하는 쪽으로 경영의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양상이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선도 은행인 국민은행은 지난 2.4분기 말 현재 총자산이 219조4천249억원으로 1.4분기 말의 219조411억원에 비해 3천838억원(0.17%)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말의 213억8천40억원에서 올 1.4분기 말까지 5조2천371억원(2.44%)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미미한 증가세다.
자산 규모 2위인 우리은행 역시 작년 말의 101조1천억원에서 올 1.4분기 말에는 107조1천억원으로 6조원(5.9%)이 늘었으나 2.4분기 말에는 108조8천억원으로 1조7천억원(1.5%) 증가에 그쳤다.
하나은행은 2.4분기 말 현재 총자산이 90조원으로 1.4분기 말의 89조6천억원보다 4천억원(0.44%)이 늘어나는 데 그쳐 작년 말 87조6천억원에서 올 1.4분기 말까지의 증가 폭 2조원(2.2%)에 크게 못미쳤다.
작년 말 총자산이 60조5천억원이었던 외환은행 역시 올 1.4분기 말에는 61조7천억원으로 늘었으나 2.4분기 말에는 61조5천억원으로 되레 소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조흥은행도 작년 말 71조2천981억원에서 올 1.4분기 말 74조8천999억원으로 3조6천18억원(5%)이 증가했으나 신한금융지주에 의한 합병 결정과 뒤이은 노조의 파업으로 2.4분기 말에는 4조5천395억원(6%)이 감소한 70조3천604억원에 머물렀다.
한미은행은 작년 말 44조1천억원에서 올 1.4분기 말 49조4천억원으로 5조3천억원(12%)이 늘었으나 2.4분기 말에는 50조3천억원으로 9천억원(1.8%) 증가에 그쳤다.
지방은행의 경우 부산은행은 작년 말 16조2천259억원에서 올 1.4분기 말 17조159억원으로 증가했다가 2.4분기 말 17조44억원으로 소폭 줄었고 대구은행도 작년 말 17조4천205억원에서 올 1.4분기 말 18조1천859억원으로 늘었다가 2.4분기 말에는 17조9천321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은행이 자산 증가 폭이 현저히 둔화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신한은행과 제일은행은 오히려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통해 외형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대형 은행으로서의 위상을 다진다는 차원에서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펼쳐 작년 말 69조7천억원이었던 총자산을 올 1.4분기에는 74조4천억원으로 4조7천억원(6.7%)을 늘린 데 이어 2.4분기 말에는 78조1천억원으로 다시 3조7천억원(4.9%)을 추가했다.
제일은행도 가계 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을 꾸준히 늘려 총자산이 작년 말의 33조4천억원에서 올 1.4분기 말에는 36조5천억원으로 불어났고 2.4분기 말에는 38조9천억원으로 확대됐다.
금융계에서는 일부 은행이 외형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은행권의 전반적인 추세는 자산 증가를 가급적 억제하고 부실 감축과 연체 관리 등 내실 위주의 경영을 강화하는 쪽으로 체질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부실화의 주범인 카드 자산의 경우 조흥은행이 작년 말(5조8천억원) 대비 1조2천억원(-21%)을 감축한 것을 비롯, 한미은행이 4천570억원(작년 말 2조5천억원 대비 -18.2%), 하나은행이 3천810억원(2조1천억원 대비 -17%), 국민은행이 3천240억원(5조7천억원 대비 -5.64%), 제일은행이 2천억원(1조2천억원 대비 -15.8%)을 각각 줄였다.
미래에셋증권 한정태 분석관은 "가계 대출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중소기업 대출도 여신 특성상 더 이상 늘리면 위험 요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몸집 불리기 경쟁도 한계에 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국내 은행들도 올해를 고비로 확실한 저(低)성장 기조로 돌아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