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해프닝은 지난 29일 모 증권사가 주총관련 이사회 결의사항을 공시한 과정에서 벌어졌는데, 이사회는 이달 17일 열릴 주총에서 사업목적을 일부 추가하는 정관변경안을 상정키로 했다.
이 회사가 공시한 이사회의사록에 따르면 정관변경안의 주요내용 중의 하나로 ‘증권거래법 시행령에 의해 시행하고 있는 업무와 투자영역확대가 예상되는 신규업무를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것을 주총에 상정한다고 기술돼 있다.
이에 따라 차후 열리게 될 주총안건에 대한 사전공시목적으로 사업목적변경공시를 했고, 그 내용 중의 하나가 바로 ‘프로젝트 파이낸스’였다.
사실 현행법상으로 증권사는 프로젝트 파이낸스업무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증권회사가 영위할 수 있는 업무영역을 명시하고 있는 증권거래법 시행령상에 이러한 종금업무가 열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금융관련법령은 대륙법 전통의 영향으로 열거주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법령이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 않은 업무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모 증권사가 법이 허용하지 않는 업무에 대해 정관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공시를 했던 것.
공시를 담당한 이 회사관계자는 처음에는 “조만간 종금업법(종합금융회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모든 증권사가 종금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소문이 있다”며 “이를 대비해 주총 결의사항인 정관목적변경을 미리 해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이 아직 허용하고 있지 않은 업무를 곧 허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정관을 변경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 한 투자자가 감독당국에 문의를 했고, 증권사 종금업무 허용과 관련된 종금업법 개정은 전혀 거론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사실 이 회사 공시담당자는 공시내용을 약간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확인해보니 우리회사가 직접 프로젝트파이낸스를 주간한다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파이낸스와 관련된 자금중개, 증권발행 등 부수 증권업무를 하겠다는 것이었다”고 나중에 해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그렇다고 해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는 반응이다. 증권사가 당연히 할 수 있는 업무를 굳이 정관을 변경해 하겠다고 공시하는 것은 뭔가 자연스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금융에 전통적으로 강한 이 증권사가 올 사업연도에 이와 관련된 큰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프로젝트파이낸싱에 관한 한 독보적인 존재인 이 회사의 대주주(모 국책은행)와 관련된 것일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