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97년 경제위기 때문에 1만달러에서 6천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말 다시 1만 3백달러 수준으로 어렵게 회복되었는데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3천달러 수준이다.
한국의 기업체 수는 3백만개를 조금 넘는데 반해 일본은 6백 20만개이고 제조업체수도 한국은 31만개에 불과한데 일본은 69만개에 달한다. 일본의 국내 저축률은 GNP대비 34%인데 반해 한국은 27%에 불과하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240억달러 수준인데 일본은 4700억달러 수준이다.
한국의 연간 자동차 수출대수는 120만대 수준인데 반해 일본은 470만대 수준이다. 일본제일의 자동차 회사인 도요다의 년간 매출액이 15조엔 수준(우리나라 돈으로 150조원)으로 우리 정부 1년예산(작년 100조원)보다 50조원이 더 많다.
이처럼 한·일 양국의 거시경제지표상의 국민경제를 비교해 보면 아직은 일본이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수출상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조선(造船)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되었는데 반도체, TFT-LCD(초박형액정표시장치) 등도 세계 1위가 되었다.
세계 1위 품목은 아니지만 세계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고 앞서가는 품목도 늘어나고 있다. 즉 휴대폰, TV브라운관, IC(집적회로)칩스, PC부품(1부), 중고차 등이 대표적인 일본추월 수출상품이다.
지난해 영국의 Financial Times지는 ‘충분히 배운 학생이 교사가 되다’라는 제목으로 한·일 양국경제를 비교 분석한 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다.
존 손힐(John Thornhill) 기자는 이 비교분석기사에서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이 지난 10년간 장기불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혼미상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중국 다음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젊고 창의력이 풍부한 젊은이들이 많은 벤처기업을 만들어내고 아세아 여러나라에서 대중음악의 경향 설정(trend setting)과 인터넷사이트를 위한 컨텐츠(contents)개발에 폭발적인 한류(韓流 : Korean Wave)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고 소개한 뒤 “한국이 97년의 IMF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취한 여러가지 경제구조개혁을 일본은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기자는 “한때 일본으로부터 경제개발을 배우는 학생이었던 한국이 이제는 일본의 경제구조개혁의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결론지었다.
확실히 이 영국기자가 말한 것이 틀린 말이 아니지만 우리가 이러한 칭찬에 자기도취할 만큼 오늘의 우리나라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소비위축, 무역적자행진계속, 노사분규, 물가상승, 실업자 증가 외에도 400조원대의 가계부채와 개인신용불량자수 300만명, 가구당 약 1천만원의 부채 등으로 오늘의 한국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한·미간 갈등증폭, 주5일 근무제도입,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허가제, 재벌개혁, 국내정치불안과 남·남(南·南)갈등의 심화 및 노동의 경직성 등이 오늘의 한국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는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어쩌다가 지난 10년동안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지 그 원인을 밝혀내어 일본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세워 ‘제2의 일본경제 장기불황화’를 막아야 한다.
일본경제의 위기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원인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자산 디프레현상을 들 수 있다. 일본경제의 거품이 빠지면서 80년대 부동산 투기로 올라갔던 부동산 가격이 91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무려 70~80% 하락했고 주식가격은 54%, 골프회원권 가격은 90%가 각각 하락했다.
둘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증대를 들 수 있다. 4대은행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은 42조엔이고 전국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규모는 약 80조엔에 달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전국 금융기관들을 살리기 위해 투입한 돈은 무려 6천억달러(78조엔)에 달한다.
셋째 개인소비의 정체내지 감소를 들 수 있다. 일본인은 저축심이 강한 데다가 주택, 가전제품, 승용차 등 내구소비재는 거의 다 갖게 되어 신규 소비가 아주 미미하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소비증대를 목적으로 소비세(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를 위시한 각종 세금을 감면해 주어도 감면액이 고스란히 개인저축으로 들어가는 게 오늘의 일본현실이다.
개인소비가 늘지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일본경제가 불안하다보니 지금의 30~40대가 정년퇴임 후 퇴직금이나 연금을 받지 못할까봐 소득의 상당부분을 저축을 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발표에 의하면 개인의 금융자산이 무려 1380조엔에 달한다고 하니 예금이자가 거의 없는데도 개인저축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불안한 장래에 대한 장기대비책으로 저축을 하기 때문이다. 소비가 늘지 않으니까 생산이 감소되고 기업도산이 늘어나서 장기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일본경제는 3과(過) 3소(少)로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①과 대출 ②과 저축 ③과 복지〈전체 인구의 17.2%인 65세이상 노인인구에 대한 사회복지비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 2010년의 65세이상 인구는 2813만명(전체 인구의 22%)으로 추정〉와 ① 소자화(少子化) ② 소소비(少消費) ③ 소고용(少雇傭) (실업률 7.5%) 등이 최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생산년령 인구(14~64세)는 92년엔 전체 인구의 69.8%였으나 2000년엔 66% 2021년엔 59.4%로 줄어들고 14세 미만의 년소인구도 1888만명(14.8%)인데 2010년엔 14.3%(1831만명)으로 줄어들어 노동력 부족으로 공장의 해외이전이 불기피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3과와 3소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여 실행해 나가야 일본경제처럼 장기불황에 빠지는 상황을 피해 나갈 수가 있을 것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