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증거금제도 전환 후 매매거래에 따른 위험방지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지않아 이로 인한 대규모 손실을 염려하는 증권사 및 기관들이 이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적격투자기관에 한해 선물·옵션 사후증거금제도가 허용됐으나 이를 적용하는 증권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후증거금을 요청하는 기관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물·옵션 사후증거금제도는 결제능력이 우수한 기관투자가들이 헷지·차익거래를 위해 선물·옵션을 매매할 경우 매매거래가 끝난 뒤 위탁증거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적격기관투자가들의 거래불편을 최소화함으로써 선물·옵션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지난달 말 금융감독위원회가 승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결제능력이 우수할지라도 헷지·차익거래를 위한 선물·옵션 매매거래를 하려면 사전에 기초증거금을 납부해야 했던 적격기관투자가들은 매매거래가 끝난 뒤 한번 만 위탁증거금을 납부하면 돼 거래에 따른 불편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사후증거금 전환으로 사실상 기관의 무한정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결제의무를 갖고 있는 증권사들의 위험부담이 가중됐다는 데 있다.
또 기관입장에서도 주문 착오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피해액이 기존 사전증거금제 때보다 훨씬 커질 수 있어 사실상 사후증거금 요청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사후증거금제도 적용기관은 거래법 상으로 적격기관투자가에 대한 범위가 명확하고 기관 자체적으로 투자한도를 정하고 있어 정상적인 거래로 인해 증권사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만일 지난번 대우증권 델타사건처럼 사후증거금제도가 악용되거나 주문 착오시에는 미수금 발생 액수가 상상을 초월할 수 있어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사후증거금제도 적용 후 매매거래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격투자기관의 거래대금및 한도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현재 증권사들이 고려중인 한도관리 방법은 미결제약정 수량한도처리 방식과 매매대금 한도처리 방식 등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미결제약정의 경우 일정계약 이상의 주문이 나갈 수 없어 주문오류를 제한하는 데는 효과적일수 있으나 시장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라 매매규모의 차이와 이에따른 위험요인이 변동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한도 수량이 10계약이고 지수가 50인 경우 10개의 미결제약정을 보유하므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폭과 지수가 100인 경우 10계약을 보유하므로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폭이 서로 달라 지수의 변동에 따른 한도수량을 조정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또 매매금액 한도처리 방식도 일반적으로 단순 매매금액으로 한도를 정하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는 데 이럴 경우 약정에 제한을 둔다고해서 1회 매매금액에 별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주문자의 주문실수 또는 오류를 막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후증거금제도는 증권사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감독당국이 사전에 협의 없이 무조건 규제를 완화해 줘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예방시스템이 마련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삼성증권이 내달 2일부터 사후증거금제도를 적용할 방침이며, 대부분의 대형증권사들도 내달 중순부터는 이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