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일임형 랩이 암초에 부딪혔다.
그 동안 논란이 돼 왔던 포괄주문 허용문제가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증권사들은 포괄주문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복수주문을 통해 고객자산을 운용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규정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임형 랩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증권업협회는 최근 정부측에 증권사 일임형 랩의 포괄주문 허용을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조만간 투신협회와도 포괄주문의 유사투자신탁행위 문제를 놓고 논의할 계획이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일임형 랩 준비와 관련 포괄주문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복수주문을 통한 고객자산 운용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 또한 규정위반 소지가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증권거래소 업무규정 92조 1항 6호에 의하면 “동일가격의 호가를 유사한 시간에 과도하게 분할하여 제출함으로써 수량배분 또는 시세 등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는 공정거래질서 저해행위로 명시돼 있다.
즉 복수주문으로 거래가 될 경우 고객의 계좌 수에 비해 거래량은 많아져 자칫 이를 오판한 다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규정상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복수주문으로 거래가 될 경우 주문 과정에서 이를 악용하거나 투자자가 오판할 경우 수량배분이나 시세 등에 부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위반사항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차선책으로 고려하고 있는 복수주문 운용방식마저 규정위반으로 여의치 않자 증권사들은 일임형 랩의 활발한 영업을 위해선 포괄주문 허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과도한 인력확보 및 비용 발생을 감수하더라도 복수주문 운용방식을 검토했으나 규정 위반 소지가 있는 만큼 준비가 원활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협회는 증권사 일임형 랩의 포괄주문 허용문제를 정부에 적극 건의키로 하고 최근 경제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만간 투신업계와도 자리를 갖고 투신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포괄주문의 유산투신업무 문제도 재차 논의키로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1월 투신협회가 작성한 ‘일임형 랩과 투자신탁’ 자료를 보더라도 포괄주문이 유사투신업무에 포함되는 사항이 아니라고 명시돼 있다”며 “이는 현재 투신업계가 주장하는 의견과도 배치되는 상황인 만큼 포괄주문이 유사투신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