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서 대주주에 손 벌려야할 상황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황금알을 낳는 최고의 금융사업’으로 평가받던 신용카드업이 이제 대주주의 골치 덩어리로 전락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카드업계는 무려 2조48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최대 호황을 누렸으며 당시엔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최고의 사업이라는데 어느 누구하나 이견이 없었다.
따라서 SK, 현대 등 대기업은 물론 씨티, GE 등 외국기업도 카드업 진출을 모색해 왔다.
또 은행들도 사업부 형태로 하고 있던 카드사업을 독립해 전략적으로 강화하거나 고가의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해‘한몫’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 대표적 케이스가 바로 외환카드.
2001년 10월 외환은행은 BIS비율 10% 달성 등 정부와 약속한 경영개선 목표를 맞추기 위해 알짜배기 자회사인 외환카드(2001년 2119억 흑자 기록)를 매각하기 위해 씨티은행과 협상을 벌였다.
당시 외환은행은 보유지분 51%중 41%를 주당 3만8000원(인수대금 6000억원)에 매각키로 했으나 911 테러 사태로 인한 씨티그룹의 해외 투자계획 백지화 방침으로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카드업 진출에 대한 의욕은 2금융권에서도 거셌다.
보험업계는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위해 카드사업 인가를 요구했으며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업계도 카드사업 허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처럼 금융권 및 기업들이 이구동성으로 카드업 인가를 요구하자, 정부는 시장 과열을 우려해 진입요건을 대폭 강화한 인가 기준안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카드업 진출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현대차그룹은 2001년 8월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다이너스카드를 현대캐피탈을 통해 인수(다이너스카드 구조조정회사인 퍼스트CRV 지분 50%와 경영권 인수 조건으로 1695억원에 낙찰)했다.
또 작년 2월엔 우리금융그룹이 계열사인 우리은행 카드사업과 평화은행 카드사업을 독립법인으로 분리, 우리카드를 출범시켰으며 그해 6월엔 신한지주가 신한은행 카드사업을 분리, 독립해 신한카드가 탄생하기도 했다.
특히 국내 유통업계 최대 기업인 롯데그룹은 동양카드를 1600억원(주당 4800원)에 인수해 카드업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카드업을 둘러싼 그 동안의 M&A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SK텔레콤은 전북은행 카드사업을 인수하려 했으나 정부의‘경영권 이전 불허’방침으로 백지화됐으며 조흥은행도 지난해 카드사업 매각을 진행해 오다 조흥은행 매각이 급진전되면서 현재 중단된 상태다.
이처럼 신용카드사업은 지난 2년여 동안 최고의 사업으로 평가돼 왔으며 따라서 금융회사 및 기업들의 카드업 진출 의지는 매우 강했다.
그러나 현재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LG, 국민, 외환 등 상장된 카드사의 주가가 말해 주듯 카드업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물론 카드 연체율이 개선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최고의 사업이라는 평가도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이전과 같은 긍정적 평가는 대폭 줄었다.
특히 지난 17일 정부가 카드사에 대해 대규모 자본금 증자를 지시하자, 카드사 대주주들이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자신들도 자본을 확충해야 할 상황이어서 증자해 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카드업계가‘황금알 낳는 거위’에서‘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자, 카드사업 자체에 대한 프리미엄도 급락하고 있다.
<상장된 카드사 주가 현황>
<카드사 M&A 추진 현황>
김덕헌 기자 d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