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유관기관들이 2002년 회계연도 주주배당을 작년보다 적게 책정할 것으로 보여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들 유관기관은 연이은 주가 폭락으로 주식거래량이 대폭 감소함에 따라 이에 대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주주배당이 작년만큼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증권 유관기관들이 해마다 저 배율의 주주배당을 해 왔으며, 충분한 이익잉여금을 축적해 놓고도 단기적인 경영악화를 이유로 주주배당을 줄인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 달 중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증권 유관기관들이 주주배당을 작년보다 낮게 책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배당을 고려중인 유관기관은 증권예탁원, 코스닥증권시장, 증권금융, 증권전산 등으로 이들 유관기관은 매 회계연도마다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0% 이상의 주주배당을 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주가추락에 따라 주식거래량 감소로 순익 폭이 줄어들어 과거만큼의 주주배당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증권예탁원은 지난 2000년 13%, 2001년 9%의 주주배당을 해 왔으나, 올해는 주식거래량 감소에 따른 수익 감소와 올초 증시자금 투입 등으로 배당률이 소폭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증권예탁원은 25개의 증권사가 22.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은 올해 회계장부상으로는 배당이 가능하지만 코스닥시장 폭락에 따른 수익악화로 사실상 과거만큼의 배당이 어려운 실정이다.
코스닥증권시장은 2000년 10%, 2001년 8% 배당을 해 왔으나, 올해는 적자로 반전하면서 작년보다 배당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코스닥증권시장은 28개 증권사가 32.5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증권금융도 올 해 주주배당이 작년과 같거나 또는 더 적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00년 10%, 2001년 7%의 주주배당을 해 온 증권금융은 작년 회계연도 실적이 과거와 비교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배당률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증권금융은 32개 증권사가 3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또 올해 첫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ECN증권도 현재 자본금마저 소진하고 있는 상태인 만큼 배당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반해 증권전산은 올 주주배당을 작년보다 2%∼4%P 정도 많게 책정할 계획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2000년 2001년 각각 5%의 주주배당을 책정해 온 증권전산은 작년 증권사들의 전산구축이 활기를 띤데 힘입어 1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올해 주주배당을 상향조정할 방침이다.
증권전산 관계자는 “증권전산은 유관기관이 아닌 영리 기관”이라며, “수익이 발생하면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 것이 당연한데 2002년 회계연도에 160억원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한만큼 전년도 보다는 배당률을 소폭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비영리기관인 증권거래소와 증권업협회는 주주배당의 의무가 없는 만큼 올해 역시 배당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업계는 비영리 기관이라면 순익도 제로 베이스로 가져가야 하는 게 맞는데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잉여금은 축적하면서 주주들에게는 배당을 해 줄 때는 비영리기관인 만큼 배당의무가 없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관기관 배당 현황>
김성호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