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증권사들이 잇따라 약정점유율 교환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 동안 위탁이라는 한정된 시장에서만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던 국내 증권사들의 업무 형태를 전환시키는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을 약정점유율로만 평가해 왔던 과거의 잘못된 평가기준을 버리고 이제는 철저한 손익기준에 의해 평가 받을 수 있는 잣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지금까지 위탁매매 중심의 국내 증권시장에서 위탁영업이 갖는 의미는 절대적이었다. 따라서 위탁영업 실적의 바로미터인 약정점유율을 얼마큼 높이느냐가 증권사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어버린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은 약정점유율 확보를 위해 상도의까지 버려 가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고, 결국 증권시장의 불황 속에서 마진도 남지 않은 무리한 수수료 경쟁을 일삼다 수익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잘못된 평가기준과 이에 종속돼 존립의 위기에까지 처한 국내 증권사들이 이제라도 약정경쟁을 중단하겠다고 나선 것은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욱이 약정점유율 교환을 중단하고 나선 증권사들이 자산관리업무 등과 같은 새로운 수익사업을 기반으로 철저한 고객수익률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국내 증권시장이 위탁매매 중심의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또 증권사들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도 한층 다양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약정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야 고객 확보를 위해 증권사들이 수익악화까지 초래해 가면서 수수료인하라는 극약처방을 쓸 수 밖에 없었지만 더 이상 약정경쟁이 무의미해진 이상 출혈을 감수한 수수료인하보다는 고객에게 좀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형증권사들이 잇따라 약정점유율 교환을 중단하고 있어 증권사간의 약정경쟁이 어느 정도 완화 될 수는 있겠지만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약정경쟁의 불씨는 여전히 존재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증권사의 경우 기존의 위탁영업을 대체하기 위해 자산관리업무와 같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꾸준히 육성해 왔지만 아직까지 투자여력이 부족하고 위탁영업 수익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중소형증권사는 약정경쟁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소형증권사의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증권사간의 약정경쟁 불씨는 여전히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