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가 지난 한 주 동안 4.9% 떨어지면서 연초대비 상승률이 3%로 줄었고 다우지수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도 각각 2.2%, 2.8% 떨어졌다.
겉으로 드러난 기업들의 분기 성적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16일 기준 분기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64%가 월가의 예상치를 상회했고 22%는 예상치를 충족시켰다. 월가의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14%에 불과했다.
문제는 향후 전망이다. 기업의 분기 성적표에서 앞으로의 수익 전망은 성과 이상으로 중요하고 4분기의 경우엔 특히 더 그렇다. 투자자들은 이미 지나가 버린 해의 실적 보다는 새해의 전망 쪽에 훨씬 더 무게를 두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 주 미국 증시 투자자들은 "새해 새 희망"을 찾을 근거를 별달리 발견하지 못했다.
퍼스트알바니에셋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피터 고틀리엡은 "2002년이 어떠했는지에 관해서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건 2003년의 수익 전망인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방어적인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실적발표 시즌의 본격 개막 이후 월가는 지난해의 미약하고 실망스런 회복세마저도 꺾일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특히 지난 주엔 12월 산업생산 및 1월 소비자신뢰지수마저 예상 밖으로 하락, 잦아들었던 더블딥(이중 경기침체) 시나리오마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레그매이슨우드워커의 수석 시장전략가인 리처드 크립스는 "시장 주도주인 MS나 IBM의 실적 전망은 경제회복의 관건인 기업 자본지출이 계속해 부진할 것이란 사실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크립스의 말대로 기업 자본지출의 재개 시점이 늦춰질 경우 MS나 IBM의 미온적인 전망 마저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으로 판명될 수 있는 탓에 우려가 적지 않다.
월가의 전략가들 사이에서도 기업수익 전망 및 증시의 방향에 대한 확신 부재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메릴린치의 리처드 번스타인과 모건스탠리의 스티브 갤브레이스가 주식시장의 위험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번스타인은 지정학적 위기 및 기업 수익 내용에 대한 투자자들의 지나친 순응과 일부 종목의 밸류에이션 문제를 들어 미국 증시가 투기적이라고 진단한 반면 갤브레이스는 미국 국채 수익률의 하락으로 주식에 대한 위험회피 심리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