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역 간 업무 장벽 완화 가속화
2002년은 카드 업계로서는 유례 없이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각광 받던 카드업계에 정부가 전례에 없는 강력한 규제조치를 잇따라 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드산업 성장에 따른 시장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카드사도 퇴출과 합병을 거듭하고 있다.
금감위 이근영 위원장은 “수년내에 카드사는 몇개 남지 못할 것”을 예고하며 구조조정이 불가피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기존 선두 카드사들은 내실경영을 선언했고 신규사 및 진입사들은 세분화된 마케팅전략으로 우량회원 잡기에 나섰다.
특히 2003년은 카드업계의 시장 재편과 함께 금융권의 장벽이 무너져 보험, 상호저축은행의 카드업 진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2003년 카드시장 전망
2003년에는 카드사에 대한 감독당국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카드사에 대한 지속적인 규제보다는 보다 체계적인 사전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의 가장 큰 과제는 올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비율을 전체의 5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카드사 현금서비스 사용액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아울러 올해 4월부터 신용카드사의 부실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적기시정조치 기준이 강화된다. 경영개선 권고는 조정 자기자본비율이 7%미만∼4%인 경우에 조치를 취했으나 8%미만∼6%로 강화되며 경영개선 요구도 4%미만∼1%인 경우에서 6%미만∼2%로 높아졌다.
또 경영개선 명령은 조정 자기자본비율이 1% 미만인 경우에서 2% 미만인 경우로 강화됐으며 경영개선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포함시켰다. 카드사의 연체율은 올해 하반기들어 안정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삼성증권 송상호 연구원은 “6월부터 급증했던 연체가 대손상각 되는데 최소 6개월이 경과될 것임을 감안하면 신용카드사 연체율은 2003년 1분기 이후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카드사마다 질적인 경영관리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신규 연체금액은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카드사들의 경영부실로 인한 파산 등의 위험이 낮지만 향후 급전대출 이용 비중이 높은 자영업자 등이 불량회원으로 옮겨갈 경우 카드사의 타격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2003년 경기가 그만큼 중요하다. 올해에 시중금리가 어떤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올해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면 시중금리는 완만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카드사들의 조달금리는 높아지게 된다.
■ 카드사 인수 및 합병 전망
롯데의 동양카드 인수는 단연 2002년 카드사의 빅뉴스였다.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 회원 및 롯데그룹의 막강한 네트워크를 감안할 때 2003년 업계 5위 안으로 진입할 것이 예상된다.
이렇듯 현재 카드업계는 대기업의 카드업 진출 및 카드사간의 합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2003년에는 외환, 국민, 조흥, 경남 등 카드사들의 합병이 예상돼 카드업계의 시장 재편이 예상되고 있다.
우선 SK텔레콤의 카드사 인수설이 계속 나돌고 있다.
SK텔레콤은 “카드사업 진출에 대한 방법을 모색중이나 아직 카드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라며 장기적인 카드업 진출을 시사했다. SK텔레콤은 전북은행 카드사업부 인수를 추진했으나 감독당국의 경영권 이전 반대로 인수작업을 중단한 바 있으며 금융당국이 문만 열어준다면 빠른 시일내에 카드업에 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의 카드사 인수설은 외환, 국민카드 등을 대상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SK텔레콤 내부에서는 기존 카드인수 담당자들의 연임이 확정된 상태며 이는 향후 카드사 인수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SK텔레콤의 국민카드 인수설도 돌았으나 이는 김정태닫기

따라서 카드시장 대기업 계열은LG, 삼성, SKT-인수카드사, 롯데-동양이라는 시장 구도가 짜여질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도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합병도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카드업계의 평가다.
은행계 카드사들도 은행간의 합병에 따라 변화를 겪고 있다. 가장 큰 화두는 장기적으로 국민은행의 국민카드 흡수 여부다.
애널리스트들은 국민은행이 국민카드를 흡수·합병할 경우 국민은행 주가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던지고 있다. 특히 수익성 향상에 있어서도 조달코스트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SK텔레콤과의 합병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신한지주사가 조흥은행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확정되면서 조흥은행 카드사업부와 신한카드의 합병도 점쳐지고 있다. 이는 하나와 서울은행의 합병으로 두 은행 카드사업부가 합쳐진 것과 같은 맥락.
아울러 우리지주회사로 통합된 경남은행 카드사업부도 우리카드로 합병될 가능성이 있다. 광주은행은 이미 우리카드로 합병될 것이 예정된 가운데 경남은행도 상반기안에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우리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는 ‘규모의 경제’인 만큼 회원수 및 자금력이 많으면 그만큼 1인당 마케팅 비용 및 자금 코스트를 줄일 수 있어 시너지가 크다”고 말했다.
■ 금융권역 간 업무 장벽 완화
금융권역 간에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당장 보험업계가 정부에 은행 소유 허용과 함께 신용카드업 진출을 요구하고 있다.
보험업계가 카드업 허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적당한 자산 운용처를 찾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보험사의 카드업 진출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향후 2∼3년 이내 허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만약 정부가 카드사 난립을 우려, 인가를 안 내준다 하더라도 기존 카드사 인수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최근에는 상호저축은행과 카드사간의 제휴도 늘고 있다. 작년말에는 상호저축은행중앙회와 LG카드가 제휴해 전국 81개 상호저축은행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호저축은행을 이용하는 회원들은 상호저축은행 예금계좌를 결제계좌로 사용해 신용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다. 또한 자동화기기(CD/ATM)를 이용, 현금인출 및 현금 서비스가 가능하다.
금융업계에서는 이같은 카드사와의 제휴로 인해 저축은행이 서서히 이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에는 카드업 진출시 조달코스트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향후 카드업계의 판도 변화
2003년의 카드 시장은 출혈경쟁보다는 내실경영에 입각한 정도영업이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체율을 잡은 이후에는 카드업계가 다시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최종 가계소비지출대비 신용카드 결제 비중은 2002년 2분기까지 46.2%로 미국이 80%임을 비교해 볼 때 아직까지 성장여력은 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전문계 카드사의 우세가 뚜렷해지며 5개 정도의 카드사만이 살아남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카드사의 경우에는 자기 몸집에 맞는 특수 시장과 고객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의 합종연횡이 계속되는 가운데 빅뱅이 예고되는 계미년(癸未年) 새해가 밝았다.
2003년에는 선두주자와 나머지 카드사간의 격차 심화가 예상되며 카드사내의 질적·양적 변화가 요구된다.
주소영 기자 js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