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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거리는 코스닥

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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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10-23 21:32

[茶洞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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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은 반드시 꺼지게 마련인가.

한때 정부가 앞장서 우리 경제를 살릴 새로운 동력이라고 추켜세우던 IT벤처업계의 신화가 사라지자 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하던 코스닥 시장이 끝임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겉모습만 보면 코스닥은 비교적 짧은 역사에 비해 제법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보인다. 7월 현재 코스닥은 외형상으로는 거래대금과 시가총액이 세계증권거래소연맹(WFE) 소속 거래소 중 각각 15위와 30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비해도 각각 2단계 상승했다. 거래소는 각각 8위와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외적 성장세에 코스닥 관계자도 사실은 "시가총액 순위상승은 세계증시 동반 하락과 코스닥시장의 활발한 IPO에 기인한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옥석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받아들여 외형만 키운 결과라는 것이다. 10월11일 현재 코스닥시장의 올 신규등록 기업수는 132개이며 신규기업의 시가총액비중은 9%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외적인 성장이나 겉포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속으로는 한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코스닥의 현재의 모습이다.



외형 성장 못 미치는 내실


올들어 주식시장이 피크를 이루던 지난 4월 이후 대다수 `개미`들의 주식계좌는 이제 거의 `깡통`이 됐다. 반토막은 그나마 다행이며 개미들이 특히 선호하는 코스닥의 경우 10분의 1 토막난 주식들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지수가 바닥을 기거나 주가가 반토막이 난 것은 거래소에서도 흔한 일이요 세계적인 증시 침체와 대외적인 경제의 흐름 속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정작 중요한 문제는 그동안 코스닥을 실질적으로 버텨 오던 중추 우량기업들이 철새 마냥 아무 미련도 없이 코스닥을 버리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비교적 실적이 좋은 알짜기업들인 삼영과 마니커가 거래소로의 이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엔씨소프트, 삼우이엠씨 등도 이전을 결의했고, 비티씨정보도 여건만 되면 거래소로 가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다가 코스닥시가 총액 4위인 기업은행이 이전 준비작업에 들어간 데 이어, KTF, 국민카드, SBS, 한국토지신탁, 태경화학, 푸른저축은행, 좋은사람들, 코리아나, 원익 유나이티드 등도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정도면 말 그대로 엑소더스다.

코스닥위원회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코스닥의 대표종목이나 시가상위종목들이 대거 거래소로 빠져나갈 경우 코스닥이 회생불능의 위기로 침몰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코스닥 대탈출`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최근 코스닥과 같은 벤처상장시장 폐지를 결정한 독일, 스위스 등의 전철을 따르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코스닥 기업들이 앞다투어 거래소로 가려는 것은 자금 조달 능력을 거의 상실한 코스닥 시장을 벗어나야 기관 및 외국계 펀드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위원회나 정부도 코스닥시장 활성화방안을 위해 고심하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있을리 없다. 코스닥 붕괴의 핵심은 수익성 문제인데, 정부가 회사대신 돈을 벌어주지 않는 한 기업수익이 개선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코스닥 기업들의 상당수는 이익을 낼 수 없는데도 마치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처럼 부풀려져 왔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경기가 아무리 호전되어도 수익을 못 올릴 기업이 상당수이다.

지난 상반기 코스닥기업의 33%인 233개사가 적자였다. 특히 벤처기업중 41%인 141개가 순이익을 내지 못했다.

또 시가총액 상위 10개사들의 순이익이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나머지 700여개 기업들은 고작 3천억원의 순익을 냈다. 적자가 아니더라도 이익을 제대로 거두는 기업이 거의 없는 셈이다.

경쟁 수준이 범세계적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핵심기술도 없이 이름만 벤처로 바꾼 중소기업들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수익 못 올리는 기업 상당수 차지



지난 99년과 2000년에 상당수의 중소업체들이 코스닥에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굴뚝기업들도 ‘닷 컴’으로 이름을 바꾼 뒤 공모하면 청약이 쏟아져 들어왔고 정체도 불분명한 회사들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투자자들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묻지도 않았고 적자를 보는 회사라고 해도 개의치 않고 돈을 싸들고 왔다. 이에 따라 주가가 액면가 5천원기준으로 수백만원에 이르는 종목이 속출했고 애널리스트들은 경쟁적으로 `‘매수’ 추천을 하고 목표가격을 올렸다.

논리는 간단했다. 현재 수익은 없지만 앞으로의 성장성을 감안한 미래가치는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모호하기 짝이 없는 `성장성`이라는 신기루가 `대박의 꿈`을 부풀린 것이다. 정부도 방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품은 반드시 꺼진다는 역사의 원칙은 예외없이 적용됐다.

뒤늦게 당국은 진입 퇴출 강화, 불공정행위 근절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나 코스닥위원회는 물론 투자자들도 잘 알고 있다. 다만 폭락장에서 손놓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제스처를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당국의 전시행정이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더구나 코스닥 시장은 심심하면 `작전세력`들의 투기판으로 이용되어 왔다. 델타정보통신. 새롬기술. 장 미디어, 한빛전자통신 등 주가조작이나 최대주주, CEO 비리 등과 관련된 종목들이 속출한 것도 투자자들을 떠나게 한 요인 중의 하나다.

더불어 초창기 350개였던 코스닥종목이 10일 현재 849개로 불어나면서 수급이 불안해진 것도 코스닥시장을 위축시킨 주요 원인이다. 덩치를 키우기 위해 제 발등 제가 찍은 격이다.

해결책이라고 해서 코스닥위원회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모양이다. 특히 1부와 2부로 나누어 뒤늦게나마 알곡과 쭉정이를 구분하겠다는 모양인데 과연 누가 2부 종목에 투자를 할지 의아스럽다.

정책을 만드는 실무자들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주머니가 갈수록 비어가는 투자자의 발길은 멀어지며 자본시장의 한축은 무너지고 있는 작금이다. 코스닥을 바로 세울 방도는 과연 없는 것인가. 대선주자들에게 라도 물어 보고 싶다.

강종철 논설위원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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