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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시대의 금융산업

강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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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10-03 19:11

[茶洞칼럼] - 제6회 노인의 날에 즈음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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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뉴스가 많다보면 정작 중요한 뉴스가 소홀히 취급되고 언론이나 일반인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천년 인구 주택 조사에 대한 종합 연구 결과’도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것 같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7.6%에서 오는 2020년에는 15.1%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평균 수명이 1971년에는 62.3세에서 2000년에는 75.9세, 2020년에는 80.7세로 80세 고비를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장수만세시대’에 이미 접어든 것인데 앞으로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은 입장에서 보면 수명이 늘어난다니 그저 좋아해야만 할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하니 무조건 반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노후를 위한 변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입장에서는 오래 산다는 것이 개인적인 축복이 아니라 집단적인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15~64세의 생산가능 인구 10명이 부양해야할 65세 이상 노년 인구가 2000년 1.01명에서 2020년에는 2.13명, 2030년에는 3.57명으로 늘어난다. 근로자 10명이 자기들 먹고살기도 바쁜데 노인 4명까지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나이가 많다고 자식들만 믿고’노세 노세’할 것이 아니라 노인네들도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를 지탱하거나 육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혹자는 이럴 때를 대비하여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제도가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이는 아주 순진한 사람이거나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이다. 현재는 납세자와 연금 수혜자의 비율이 3:1 정도지만 2030년에는 1:1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럴 경우 연금과 의료비 지출이 국내총생산의 30%에 이른다니 나라가 무슨 수로 그 비용을 감당하겠는가. 그동안 연금, 보험료를 꼬박꼬박 떼어간 정부가 설마 그때 가서 돈 떨어졌으니 일찍 죽으라고 까지야 할 수 있겠는가.

이쯤되면 고령화 사회는 축복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는 거의 ‘재앙’에 가깝다고 하겠다.

이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다는 것이 이번에 발표된 연구결과의 핵심이다.

머리 복잡하게 숫자로 풀어볼 일이 아니다. 간단히 말해서 지하철 경로석을 지금처럼 차량 좌우 양쪽 끝에 마련할 것이 아니라 중앙에 있는 좌석을 경로석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좌석 전체를 경로석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또 아기 귀저기 보다 요실금 팬티가 더 많이 팔리고 TV에 어린이 분유 광고보다 노인들 머리 염색약 광고가 더 많이 방송되고 어린이 캠프보다 노인관광이 더 성행하는 사회가 온다는 것이다.

지금은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 7명 중 하나가 노인이지만 앞으로는 3명 중 하나가 노인인 회색 사회가 온다는 것이고 이런 슬로우 비디오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사회로 가는 속도가 지금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다는 것이다.

현재 일반 직장인들의 평균 퇴직 연령을 높게 잡아 60세로 보더라도 퇴직 후 적어도 20년을 더 살아가야 한다. 더구나 IMF이후 명예퇴직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직장에서 반강제로 추방되는 연령대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갈수록 동네 공원을 헤메는 젊은 노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노인사회의 재앙을 해결하는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고 그중 하나로 정년의 연장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지만 정작 단순히 정년을 늘린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보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도리어 발상을 전환해 정년을 과감하게 단축하여 50대 중반이면 라인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하고 대신 담당 업무별로 의사의 판단에 따라 건강이 뒷받침하는 한 계속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제안을 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취업 구조의 혁명적인 변화를 금융산업에 우선적으로 적용해 보면 어떨까하는 소박한 생각을 해본다.

금융업의 특성상 타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육체적 노동강도가 낮고 또 업무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실무 경험이 많은 고연령 인구의 활용이 상당부문 가능한 면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또 관련 업체에서도 금융경력을 활용할 업무를 상당 폭 찾을 수 있을 것이다.

50대에 퇴직하여 바로 일선의 캐셔나 예금, 대출 상담역 등으로 다시 근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토를 제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처럼 강제로 명퇴시킨 후 선별하여 임시직으로 다시 근무시키는 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고 일하는 노인의 풍부한 경험을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재고하는데 슬기롭게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아쉽다.

당사자들도 내일 명퇴 당할지 모래 쫓겨날지 이눈치 저눈치 보며 근무하지 말고 일찌감치 라인에서 벗어나 스스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는 것도 의미있게 인생을 보내는 한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인재 확보라는 미명하에 단순작업에도 최고 학부를 졸업한 쌩쌩한 사람들을 갖다 앉히는 금융기관의 인사 구조도 이제 바꿀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강종철 논설위원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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