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유행처럼 번졌던 벤처캐피털들의 영화투자가 최근 들어서 주춤하고 있다.
‘JSA 공동경비구역’, ‘쉬리’, ‘친구’, ‘집으로’ 등 한국영화의 선전으로 영화투자는 벤처캐피털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을 받았지만 실상으로는 투자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80억원의 제작비를 기록한 영화 ‘아유레디’는 전국적으로 6만 관객을 기록하면서 투자업체들에게 참패를 안겨줬다.
10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를 들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도 영화 ‘친구’ 이상의 관객수를 동원해야만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정도다.
엔터테인먼트 투자의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하게 수익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한 창투사 관계자는 “매일 매진을 기록한다는 영화에 투자했지만 실제로 회수되는 자금수익은 저조했다”며 “이는 관객수를 정확히 따질 수 없거니와 영화관의 횡포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화 및 콘서트 같은 경우 인터넷 티켓 판매처를 통해서 판매된 표를 제외하고는 관객수 산정이 불가능할 정도다. 현장판매 분의 경우에는 창투사 직원을 파견해 하나하나 ‘바를 正’자를 그려가며 관객수를 세어보기도 했지만 극장측에서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 관객수를 속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관객수만큼 팔린 표 수익을 영화관이 제일 먼저 가져나고 나머지 분에 대해서 투자처가 가져가는 구도이기 때문에 영화관이 더 많은 수익을 내기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편법이다.
실제로 한 가수의 콘서트를 기획했던 K 신기술사의 경우 완전히 인터넷 예매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뻔히 관객수가 넘쳐나는 것을 보면서도 현장판매 30%분의 표수익에 대해서는 정확한 산정이 불가능해 콘서트가 성공리에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큰 수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투자받은 업체들은 투자받은 돈으로 ‘한껀’ 못하면 바보라는 식이다.
영화를 한편 찍으면 그 밑에서 일하는 스텝들의 연봉은 천차만별. 보통 회사원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영화가 좋아 그 일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창투사에서 자금을 유치하면 그때 한몫 챙겨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실제로 G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한 T 창투사는 투자금을 납입한 다음날 투자처의 임직원이 벤츠를 몰고 다닌것에 대해 경악했다. 하지만 음반투자의 경우 투자받는 사람은 “투자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라”는 식이다.
확실한 가수의 경우 손익분기점이 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성공은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창투사를 끼워주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T 창투도 어렵게 투자에 끼지는 했지만 투자금 10억원을 회수하고 약간의 수익을 봤을 뿐 큰 재미는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연유로 창투사들은 영화투자 붐도 이제는 사라졌다고 말한다.
한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영화제작부터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몇몇 창투사들의 경우 완성된 영화를 보고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려 이같은 방식을 고려중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소영 기자 js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