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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과 비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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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08-18 18:43

[茶洞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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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가장 큰 적은 비만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미국 경제 상황이 갈수록 혼조를 보이고 있다.

부시는 오사마 빈 라덴이나 악의 축에 덤터기를 씌우고 싶겠지만 현재 미국 경제 침체와 증시 불안은 자업자득인 측면이 강한 것 같다. 전문가들은 회계부정으로부터 시작된 미국경제의 불안 원인이 미국식 경영 시스템의 부실에 있으며 더 구체적으로는 경영성과(실질적으로는 주가)에 따라 보상을 해주는 소위 스톡옵션 제도에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끝간데를 모르고 들춰지고 있는 미국의 회계부정은 사실 스톡옵션이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영자들은 월급보다 스톡옵션으로 더 많은 돈을 번다. 그런데 스톡옵션은 회사의 수익이 줄어 주가가 떨어지면 남는 것이 없다. 결국 전문경영인이 수입을 많이 올리려면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회사의 수익을 높이고 그래서 주가를 끌어 올려야만 되는 것이다. 그 주된 수단이 바로 숫자 놀음인 회계조작이다. 실제로는 적자가 나는 회사도 회계장부의 조작을 통해 엄청난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분식하는 것이다. 그러면 멋모르는 투자자가 몰리고 주가는 오르며 전문경영인이 소유한 스톡옵션은 황금알을 낳는 화수분 단지가 되는 것이다. 지금 미국 경제는 바로 여기에 발목이 잡혔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소위 뉴 이코노미(신경제)라는 전례 없는 호황 속에서 전문 경영인들은 일반인들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엄청난 보수를 스톡옵션이라는 명목으로 챙기고 있었으며 그 뒤에서 이를 합리화하기 위한 회계조작이 행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신경제와 IT산업의 약효가 떨어지면서 신기루가 걷히자 본래의 추한 모습이 드러나며 지금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혼자서 창작을 통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예술가와는 달리 경영자의 성과는 어디까지나 회사라는 조직의 구성원들과 합작으로 이룬 결실이다. 평가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경영자 개인이 기여한 이상의 보상은 결국 다른 구성원의 소득과 부를 이전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정당하지 못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의 어느 부지런한 기자가 조사를 해 본 결과 미국에서 지난 3년간 파산한 25개 대기업의 경영진 208명이 회사를 부도내기 전 스톡옵션, 주식 매각 등으로 챙긴 돈이 무려 33억 달러, 우리 돈으로 4조 29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8명의 CEO가 99년이후 모두 1억달러 (1300억원)이상의 거액을 챙기고 16명이 5000만달러(650억원), 31명이 2500만 달러, 52명이 1000만 달러의 돈을 챙긴 것으로 친절하게 보도하고 있다.

지난 1월 120억 달러(15조 6000억원) 규모의 파산을 한 광케이블 네트워크 사업체인 글로벌 크로싱의 개리 위닉 회장은 무려 5억1200만달러(6650억원)을 빼돌려 당분간 다른 사람이 깨기 힘든 이부문의 금자탑을 쌓았다. 앤론 파동의 주역인 레이회장도 회사가 망해가는 그 순간에도 본인은 무려 2억 4700만달러(3210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엑소더스 커뮤니케이션의 찬드라 제카 회장이란 사람은 회사를 부도내기 직전 1억3000만달러(1700억원)의 보유주식을 팔아치우기도 했다.

대단한 강심장을 지닌 유능한(?) CEO들이다.

이들이 자신들의 뒷돈을 챙기는 빛나는 경영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동안 이 회사에 다니던 종업원 10만 여명은 백수로 전락하고 이들 기업의 주식에 투자한 수만명의 소액주주들은 깡통을 찼다.

우리나라는 과연 어떨까.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6백73개 상장기업이 97년 4월 증권거래법이 개정된 이후 최근까지 부여한 2천7백여건의 스톡옵션 평가 손익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일 현재 주가 기준으로 50.57%만이 이익을 내고 나머지는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금융권의 경우 평가 이익이 큰 회사보다 평가 손실이 큰 회사가 더 많다.

과연 우리나라 CEO들은 회사가 위기에 처해 경영자가 손을 털고 일어나야만 할 때가 되었을 때 조용히 가지고 있던 스톡옵션을 쓰레기통에 넣은 후 의자를 비울지 아니면 비장해 두었던 회계조작개론을 꺼내거나 미리 소유주식의 매도 주문을 내지나 않을까 궁금해진다.



사회주의라는 대항마(對抗馬)가 사라진 후 견제세력이 없어진 자본주의가 90년대 이후 신경제라는 신기루 속에서 놀고 먹는데만 치중해 지나치게 비만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비만은 인간이나 사회 체제를 막론하고 고종명(考終命)하는데 치명적인 적이다.

스톡옵션이 자본주의 비만의 주요 원인인 정크푸드(junk food:쓰레기 음식)의 하나가 아닌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강 종 철 논설위원>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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