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벤처펀드 결성에 있어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의 문을 활짝 열어줬다.
캐피털 콜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국민연금 펀드가 이 방식을 전격 도입하고 나선 올해초.
또한 외국자금이 한국으로 속속 유입되면서 백이면 백 캐피털 콜 방식을 원하고 있어 정부도 이 방식을 수용했다.
캐피털 콜 방식은 일시납입 방식과 달리 벤처펀드 총액이 다 모아진 후 투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투자 건이 발생할 때마다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우선 벤처펀드 운용 창투사와 출자자들이 벤처펀드 액수에 대한 계약만 완성한다. 이후 창투사에서 투자처를 결정하고 출자자들에게 출자를 요구하면 이 때 출자 비율대로 돈을 내는 형식이다.
이러한 캐피털 콜 방식 도입에 대해 정부 및 업계관계자들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우선 이 방식을 도입하면 선진형 자금 운용을 할 수 있고 투자상품으로서의 유동성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쉽다는 점 또한 메리트다.
하지만 실제로 창투사들은 대부분 일시납입 방식을 선호한다. 총 500억원의 벤처투자펀드가 결성됐다고 가정하자. 500억원을 일시에 납입하면 창투사 입장에서는 일단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고 남은 자금은 이자수입 및 관리 운용수수료를 받으면 되기 때문에 일석이조다.
바로 이점 때문에 캐피털 콜 방식 도입은 의미가 있다.
자금을 한꺼번에 창투사에게 준다면 여유자금이 생길 경우 그만큼 금융사고가 날 확률이 높기 때문.
또한 벤처투자를 하기 위한 돈이 다른 곳에 투자되는 것 또한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실제로 창투사들이 남은 펀드 자금을 거래소 주식 등에 투자했다가 주가가 폭락할 경우 조합 원금까지 손해본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캐피털 콜 방식 도입에 대한 우려감이 존재하는 주원닫기

가장 큰 원인은 정부자금이 출자될 경우 예산 집행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중기청, 문광부, 정통부 등 각 정부 부처는 연초에 벤처투자에 대한 예산을 확정한 뒤 그 예산대로 투자금을 그 해에 모두 소진해야 한다.
하지만 캐피털 콜 방식은 매년 나누어 자금을 집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와 내년의 예산금액이 확정돼있지 않은 정부자금이 들어올 경우 자금집행은 어려워진다.
예를 들면 올해 캐피털 콜 방식을 도입한 벤처투자 펀드에 30억원을 출자했지만 내년에도 30억을 넣어야 할 시기에 예산이 배정되지 않으면 출자가 불가능해지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예산책정이 뒤죽박죽될 뿐 아니라 관리도 어려워질 것임은 자명하다.
이러한 문제는 꼭 정부 자금이 아니더라도 출자자 중 누군가가 추가 자금을 지급못할 경우에도 생긴다. 펀드를 결성해 놓고 1차로 자금을 출자한 후 추후에 더 이상 자금을 출자할 수 없게되면 창투사는 이 조합을 중간에서 접을 수 밖에 없다.
한편 이러한 ‘기대반 우려반’속에서도 캐피털 콜의 도입은 대세다.
투자 전문가인 창투사에 투자만 맡기고 자금을 분할 납입함으로써 사고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투명한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시장에서 더 크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에게 4년치 등록금을 손에 쥐어 주고 결코 딴짓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은 투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주소영 기자 js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