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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성 목 금융감독원 비제도금융조사팀장

김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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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08-15 21:23

“私債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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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행복해 보이는 예비 신혼부부 사이에 배우자의 채무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신용진단서’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서로의 건강진단서를 확인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된 것에 이은 새로운 결혼식 준비 풍습의 예고인지도 모르겠다.”

금융감독원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발생해온 고리사채로 인한 사고때문에 이제는 결혼 전 배우자의 ‘신용진단서’까지 확인해 보아야 하지 않겠냐는 사회분위기를 언급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조팀장은 2000년 9월경부터 금융감독원 비제도조사팀에서 일해왔다. 제도권 금융기관이 아닌 사금융에 대한 감독업무가 가히 쉬운 일은 아니었다. 99년 12월 부산 파이낸스사들의 유사수신 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이 속출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금감원은 ‘돈굴리고 싶은 錢主’를 찾는 광고 문구를 낸 사금융업자들에게 하나하나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방식으로 불법 사채업자들을 근절하기 위해 땀을 흘렸다. 조팀장은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불법 사채업자들을 찾아가며 단속하는 것은 인력, 시간적 한계로 인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좀더 효과적인 단속 방법을 찾기 위해 궁리한 끝에 불법 사채업자들에 대한 신고를 받기로 하고 신고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그는 “불법 유사수신 행위를 하는 업자들의 대부분이 금융기관이 들어서 있는 건물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기생해 살고 있어 금융기관 종사들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했더니 예상대로 많은 신고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2001년 4월부터 금융감독원 1층에 설치된 ‘사금융피해신고센터’(02-3786-8655~8)에는 하루 평균 200~300통의 신고가 접수 됐다.

본격적인 피해 신고가 접수된 결과 ‘수천억원대 다단계 피해 사건’, ‘신체포기각서 사채업자’, ‘불법 카드깡 업자’, ‘유사수신행위’ 등 여러가지 형태의 불법 행위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는 심각했다. 조팀장은 “지금 이순간에도 채권자가 무서워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신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며 앞으로도 불법 고리사채를 근절하는 ‘굳은일’을 계속할 각오를 다졌다. 그는 “국민 개개인의 모든 경제행위에 대해 보호해 줄 수 있는 완벽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사채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규제가 최선의 방책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채이용자들의 대다수가 과소비를 하다 카드빚을 지고 이를 갚지 못해 사채까지 찾게 된 것 “이라며 “카드로 끌어쓴 빚 400만원을 사채로 막다 보면 6개월 뒤 2060만원이 된다”고 덧붙였다. ‘2060만원’이라는 금액은 그간 접수된 피해액을 데이터화 해본 결과다. 조팀장은 ‘2060만원’이라는 금액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며 안타까워 했다. ‘커지기 전에 막자’, ‘내자식 믿지만 그래도 빚 때문에 고민하고 있지 않는지 체크해 보자’는 인식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스스로 해결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가족들에게 솔직히 알려 빨리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사금융에 대한 규제 방법을 묻는 질문에 조팀장은 사금융에 대한 규제도 카드, 상호저축은행 등 금융권 전체와 연계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사채를 이용한 6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 사채이용자 중 12~15%정도만 가족의 병원비를 마련하는 등의 급박한 사정 때문이며 나머지 대다수가 과소비로 인한 빚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제도권 금융에 대해 잘 몰라 사채를 이용하는 사람도 상당수였다고 말했다. “사채이용자들을 제도권에서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금융 이자상한선 제한’이 시행된다고 해서 일부 저축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성급히 인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팀장은 몇 년간 사금융 피해 사례를 언론을 통해 널리 알리려고 힘쓴 결과 이젠 ‘보도자료팀장’이란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신용관리기금에서 일할 당시 부실 금고 영업정지 문서작성만 100여건 이상 한데 이어 이젠 사금융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하게 된 조팀장은 구조조정하는 일이 자신의 ‘팔자’라고 믿게 됐다. 그러나 고리대금에 시달리는 채무자를 겨우 구제한 후 빈 주머니 털어가며 청국장 한그릇 사겠다고 감사해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는 앞으로도 ‘굳은일’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김호성 기자 kh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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