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PwC컨설팅 인수는 대형 IT업체의 프로젝트 수주 편중이 두드러지는 국내 금융IT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킬 전망이다. IBM이 PwC컨설팅을 인수하면 ‘기술’과 ‘전략’의 결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물론 IT와 컨설팅 업계 최고의 브랜드가 금융권에서 커다란 위력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발기술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금융권에서도 프로젝트 이전에 IT에 경영전략을 접목시키는 ISP컨설팅이 선행되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특히 차세대, CRM, ERP처럼 금융기관의 사업 방향을 좌우하고 IT업체에 지속적인 수익을 가져다 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컨설팅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이에 따라 어느정도 컨설팅 능력을 갖춘 대형 SI회사나 SI사업을 겸하는 대형 컨설팅업체를 통하지 않고는 금융권에 발을 내딛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IBM과 PwC컨설팅이 합치면 중소업체는 물론 삼성SDS, LG CNS와 같은 국내 SI업체에게도 큰 위협이 된다.
IBM은 기존 비즈니스의 상당 부분을 PwC컨설팅 형태로 바꿔가면서 컨설팅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PwC는 직접 컨설팅을 할 뿐만 아니라 MP&T(국제결제서비스), 네오빌(전자지로서비스) 등 국내 SI 업체에 투자하는 형태로도 금융IT 컨설팅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IBM은 시장을 전방위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을 함께 얻게 된다.
IBM은 전략을 앞세운 기술력과 마케팅을 통해 최근 침체 기미를 보이고 있던 사업부문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SAP코리아에 최승억 사장이 부임하면서 마케팅에 컨설팅 개념을 적용, 매출액이 증가하는 등 IT업체가 전략 컨설팅을 활용해 경영 호전 효과를 본 사례가 많다. 가격이 맞지 않아 실패했지만 HP가 PwC컨설팅 인수를 추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IBM+PwC’ 브랜드는 금융권에서 ‘IT 명품’으로 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레퍼런스를 중요시하는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브랜드 파워 크기는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과 비례하기 때문에 ‘명품’이 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IBM은 메인프레임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금융권에서 수십년간 ‘맹주(盟主)’자리를 지켜왔다. IBM이 한국에서의 영업을 포기하고 철수하면 국내 금융시장이 마비될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PwC 역시 IMF와 e비즈니스 열풍 때문에 컨설팅 수요가 급증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국내 컨설팅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해 왔다. PwC는 삼성생명 ERP, 삼성증권·국민카드 CRM, 외환 ·국민은행의 e비즈니스 전략 수립, 농협 조직진단(전산자회사 설립 방안 포함) 등 금융기관의 주요 IT컨설팅을 수행했고 현재 500억원 규모의 우리금융그룹 CRM 프로젝트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
그만큼 IBM과 PwC는 금융권에서 가장 잘 나가는 브랜드였는데 이 파워가 더욱 세지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국내 법인 합병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앞으로 6개월 후부터 IBM과 PwC가 느슨한 형태로나마 합작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수요나 두 회사의 매출 비중을 살펴볼 때 금융권이 IBM과 PwC의 결합 시너지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첫번째 무대가 될 확률이 크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