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업계 역량 결집이 관건
신용카드산업에 대한 정비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다다랐다. 그 동안 시장 규제가 전무했던 신용카드산업이 무리한 시장 경쟁으로 사회 문제화되자, 정부는 어느 금융업종 보다 강력한 규제장치를 마련했다.
지나칠 정도로 강력한 시장규제가 만들어진 만큼, 향후 신용카드산업은 과거와 같은 마구잡이식 영업은 할 수 없게 됐다.
신용카드업계는 이제 클린화 됐다. 이젠 건전한 카드산업 발전을 위한 장기비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이번 기획 시리즈를 통해 한국 신용카드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신용카드업은 장치산업이다. 신용을 부여 한 플라스틱 머니를 회원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맹점을 모집하고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신속하게 사용 여부를 승인해 주는 네트웍산업이다.
이 같은 장치산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미래의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란 점에서 미래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IT강국이며 선진화된 카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신용카드 강국이다.
한해 카드 사용액이 480조원을(올해 600조원 추정)넘고 카드 발급매수가 9천만매에 달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신용카드 1위 국가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앞선 신용카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무대로 장사할 때가 됐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과 같은 굴뚝산업은 시장 환경에 따라 수출 실적이 크게 좌우되지만 장치산업인 신용카드산업은 꾸준한 매출 실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코리아型’국제신용카드사 설립의 당위성은 또 있다.
최근 은행은 물론 현대, SK, 롯데 등 대기업까지 카드업에 뛰어들고 있다.
총 인구 7500만명, 1인당 국민소득 8900달러에 불과한 나라에 23개 사업자가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역량을 결집해 해외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다 신용카드시장 규모가 작은 일본의 경우‘JCB’라는 일본 브랜드가 전세계 167개국에서 유통되고 있다.
지난 61년 설립된 JCB카드는 그 동안 꾸준한 성장을 통해 세계 5대 국제 브랜드로 성장했으며 회원수 4232만명, 연간 총 매출이 4조9167억엔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씨, 외환, LG, 신한 등 4개 카드사와 제휴, 150만장이 발급돼 사용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산인프라는 물론 마케팅 노하우도 일본을 앞서고 있는 만큼, 국내 카드산업의 역량을 결집하면 국제시장에서도 충분히 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국제카드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만큼 출자, 세무지원 등과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카드업계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업계의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는 노력이 요구된다.
국내 시장에서 제살깎기 경쟁을 하기보다는 세계시장을 무대로 외화벌이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김덕헌 기자 d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