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들의 대리 승진을 위한 코스가 바뀌고 있다. 은행원들의 대리 승진의 마지막 관문이었던 책임자 자격고시가 속속 폐지되고 학점이수제가 도입되고 있는 것.
국민 신한 한미등 대부분 은행들이 책임자 자격 고시제를 폐지했고, 지난달에는 제일 서울은행이 자격고시를 학점이수제 등으로 대체했다. 또한 기업은행이 마지막으로 책임자 자격고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그동안 은행 행원들의 대리승진 필수 코스였던 책임자 자격고시가 속속 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은행원들은 일정기간 근무 년수에 책임자 자격고시를 통과해야 대리로 승진할 수 있었다. 책임자 자격고시는 수신, 여신, 기업경영, 영어 등 5과목으로 구성돼 있었고, 은행원들은 대리승진을 위해 고시원에서 합숙하는 모습을 보이며 은행원 승진 문화를 형성했다.
그러나 IMF이후 은행들이 외국계 컨설팅사의 컨설팅을 받은 후 사업부제와 경력개발 프로그램(CDP)을 도입했다.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은 단순한 부서의 이동이 아닌 차등화된 등급의 직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그 동안의 경력을 평가받고 이를 바탕으로 맡게 되는 직무 등급이 결정된다. 직무는 10등급으로 나뉘는데 직무의 등급에 따라 급여 수준이 결정된다
이에 따라 승진자격시험이 무의미해졌고, 대부분 은행들이 책임자 자격고시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기업은행을 마지막으로 책임자 자격고시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책임자 자격고시 폐지는 지난해 노사합의 사항으로 지금 시험폐지에 대한 큰 방향은 잡고 세부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책임자 자격고시에 대한 대안으로 금융연수원의 학점 이수를 통한 대리승진 자격 부여를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점 이수제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책임자 자격고시의 경우 5과목 중 한 과목씩 시험을 통과할 수 있고, 단기간내에 시험을 패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학점이수제는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야만 모든 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창호 기자 ch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