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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가는 금융개혁 시계

강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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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03-17 19:23

[茶洞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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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해외 일각에서 “한국금융이 일본금융을 앞지르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면서 IMF 이후 우리나라의 금융부문 구조개혁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는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 정부들어 드물게 찾아볼수 있는 정책적 결실인 만큼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지난달 22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부문 구조개혁 종합평가 국제심포지엄’에서도 대체로 이런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었다. 경제부총리도 축사에서 “외환위기이후 금융개혁은 과거 ‘압축성장’에서 나온 문제들을 ‘압축개혁’을 통해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었다”고 자평하며 “금융개혁을 통해 큰틀은 잡혔지만 시스템이 어떻게 잘 작동되도록 할 것인가는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주총을 앞두고 금융권에서 은행장 인사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금융당국자들은 개혁이 너무 앞서간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지금까지의 성과를 열심히 다시 뒤로 돌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개혁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결국은 일선 조직의 최고 책임자를 어떻게 선임하는냐 하는 것으로 그단면이 들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금융계가 언제부터 중국의 무협지에 나오는 강호세계가 되었는지 몰라도 한쪽에서는 감독당국의 유력인사가 내공을 걸고 은행장으로 밀고 들어갈려고 하고 다른 편에서는 공력을 다해 이를 결사적으로 밀어내려고 하는 3류 무협영화에서나 나옴직한 볼성 사나운 장면이 연일 연출되고 있다.

첫승부는 여론과 명분의 지지를 배경으로한 조흥은행이 전행장의 높은 지략과 깊은 내공으로 자행출신을 신임행장으로 추대하고 본인도 승진하는 수성에 성공을 했다지만 그와중에서 아무 죄없는 외환은행장은 무슨 사연으로 난데 없는 임기 중 중도탈락이란 날벼락을 맞아야 하는가 말이다.

엉겁결에 피해를 본 외환은행장의 입장에서 보면 밀어내려면 곱게 나가 달라고나 하지 왜 지금까지 어렵사리 은행을 살려 온 공적을 무시하고 하이닉스 주거래 은행장으로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덤터기까지 씌우느냐는 항변이 안나올수 없다. 아무리 뒷심이 없어 밀려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온 금융인으로서 개인의 명예는 존중해 주어야 할것이 아닌가.

또 은행경영을 아무리 잘해도 연임이 안된다면 단임원칙이라도 확실하게 지켜 줘야 할것이 아닌가. 1년 남은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무리하면 하이닉스가 갑자기 망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이번 은행장 인사를 두고 오죽 명분이 없었으면 금융정책 당국의 수장이 “금융권인사는 가급적 민간인을 우선해야 하며 특히 은행장은 민간인 중심으로 가야한다는 게 기본원칙”이라고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을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와 유사한 일이 있을 때마다 금융정책 당국은 감독권을 전가의 보도로 들고 나온다. 그런데 당국은 아무래도 ‘감독’과 ‘규제’ 그리고 ‘간섭’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은 건전성에 대한 감독은 강화해야 하는 반면 불필요한 규제는 풀고 인사에 대한 간섭은 안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다. 정작 해야할 감독은 내버려 둔채 하지 말아야할 간섭을 일삼는 것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금융정책 당국의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

겉으로는 금융이 변해야 산다며 입만 열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야만 경쟁에서 이길수 있다고 말하는 정책 당국자들이 정작 과거 5공 시절에서나 있음직한 관치인사를 재연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지금은 기억도 아득해진 5공 시절 한때 금융계를 제패한 ‘황제’라고 불리우던 고수가 있었다. 당시에는 요즘 같이 시끄러운 인사 잡음이 일체 없었다. ‘황제’가 말이 나오기 전에 모든 금융계 인사의 교통정리를 확실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역설적인 이야기다. 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시끄러워진 요즘이 더 민주적인 좋은 세상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얼마나 더 세월이 흘러야 지극히 정상적으로 조용하게 인사가 이루어질지 궁금하다.

아무튼 속 깊은 사연이야 잘 모르겠지만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사람으로서 외부에서 문파를 점령하기 위해 날아오는 사파로부터 조흥은행을 지켜낸 위의장의 깊은 지모와 공력에 찬사를 보내며 신임 장문인이 된 홍행장이 ‘젊음’을 무기로 1백5년 ‘전통’을 자랑하는 문파인 조흥을 더욱 발전시키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외환은행의 모든 임직원이 한데 뭉쳐 내공을 모아 자행 출신을 새장문인으로 추대하는 멋진 장면을 연출하여 관객들의 갈채를 받기 바란다.

<강 종 철 편집위원>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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