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년 새해를 맞는 증권업계가 연초부터 울상이다. 다름아닌 올해들어 잇따른 증시제도 개편과 신상품 상장으로 증권사들의 업무 과부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 더욱이 증권사들은 지난해 12월 27일 ECN 개장으로 야간업무를 시작한 상태고 올해에는 연말휴장이 짧아져 쉴 틈도 없었던 터라 업무고충은 최고치에 달한 상태이다.
올해 증권사들이 준비해야 하는 업무중에는 기획 영업 전산등 전부서가 총동원돼야 하는 굵직굵직한 사안만 10여건이 넘는다.
실제로 호가정보 공개범위확대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이달에도 개별주식옵션 시장이 개설될 예정이며 시간외매매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또한 내달에는 보유채권 유동화를 위해 레포시장이 개설되고 우리사주신탁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국채옵션 상장, 코스닥 개별주식옵션시장 개설, 상장지수펀드 도입, 장외파생금융상품 도입 등 매달 적게는 2건 많게는 4~5건에 이르는 예비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거래소 및 코스닥 주식시장과 관련된 증시제도 개편건까지 합하면 증권사 임직원들은 매주 다른 업무에 골머리를 썩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형증권사 기획담당자는 “지금은 손발이 열개라도 부족한 상태”라며 “개편 및 신설업무에 대한 기초자료 수집과 분석, 현황조사 등 1인 2업무 체제로 돌리고 있지만 아직 업무를 시작하지 못한 것이 더 많다”고 하소연했다.
업무고충이 가장 심한 부서는 단연 전산부서. 증시제도 개편, 신상품 상장 등 모든 신규업무에 따라 조금씩 개편되는 시스템을 개발, 보충하랴 전산직원들은 신정과 휴일도 반납했다. 지난해 증권사들마다 수시모집을 통해 많은 전산직원을 뽑아논 상태지만 업무부담은 전혀 변한 게 없다는 것이 전산담당 임원들의 설명이다.
본사직원들보다 조금은 한가로울 것으로 생각되는 지점 영업직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증시제도 개편과 신상품 상장이후 매일 쏟아지는 고객문의로 본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영업직원들은 신상품 상장과 이에 따른 시스템 변경 및 자격제도 개편으로 매일 PC 및 자격시험 공부에 열을 올려야 하는 입장이다. 이 같은 와중에도 공모주 청약이 있는 날이면 지점은 시장통으로 변하는 것이 증권사 영업점의 현실이다.
이처럼 곳곳에서 업무부담에 대한 하소연이 높아짐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책입안자들의 비효율적인 업무 진행에 대한 비난과 정부-감독당국 -유관기관-증권사의 수직적인 전달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즉 실제로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고 언제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당국과 시장참여자 모두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증시제도 개편과 신규시장 개설, 신상품 상장등이 단순히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된다면 이에 따른 불협화음과 악영향만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 부서별 실무자 모임에서는 당국과 시장참여자들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만들어 효율적으로 정책을 집행하고 비효율적인 업무를 청산해야 해야한다는 불만 섞인 의견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증시제도 개편과 신규시장 개설 신상품 상장 등은 모두 증시안정과 발전이라는 대의명분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비효율적인 조직이 끝내 와해되듯 비효율적인 시장도 장미빛 청사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모두가 귀를 열어놓아야 할 때이다.
임상연 기자 sy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