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금융IT 및 인터넷뱅킹 부문에서의 핵심 키워드는 ‘수익성’이 될 전망이다. 금융산업이 디지털화, 장치산업화의 길을 걸음에 따라 투자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물론 금융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수익의 의미는 두 가지로 풀이된다. 직접적인 신규 수익창출이라는 의미와 함께 정확한 비용측정을 통한 투자대비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수익성 제고가 두 번째 의미다. 다만 후자의 경우 아직까지 정확한 측정 툴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SLA 등을 통해 전산서비스에 대한 비용개념 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전례가 없어 표준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산부의 ‘수익센터’化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국내 금융권에서는 아직까지 새로운 수익창출 보다는 투자규모가 늘어난 데 따른 투자 효율성 증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수익원 확보를 놓고 끊임없이 압박 받고 있는 인터넷뱅킹서비스의 경우에도 당장의 수익창출은 어려워보인다.
IT부문에서는 지난해 사업부제에 따른 독립채산제 및 전산자회사 설립 등으로 전산서비스에 대한 비용 및 성과측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전산부의 ‘수익센터’ 전환에 대한 모색도 시작됐다. 과거 단순 지원부서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주로 비용부서로 인식되던 전산부가 본격적인 수익창출 부서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것.
수익센터化에 대한 논의는 일차적으로 전산투자 및 운영의 효율성을 모색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산부문에 대한 투자규모가 늘어나면서 대규모 투자에 따른 역할 및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산서비스가 금융기관의 전체 경쟁력 차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산투자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토털 아웃소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국내 금융기관이 토털 아웃소싱에 번번히 실패하고 있는 이유는 직원들의 반발이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지만 비용절감 등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던 이유도 크다.
비용대비 효과라는 측면에서 현재 상황과 아웃소싱시 효과를 구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다면 찬반에 있어 보다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차세대시스템 등 대형 프로젝트 추진시 낭비 요인도 여기에 있다. 은행 전체의 경영전략과 현재 시스템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를 진행하다 보니 적절한 규모의 투자가 힘든 것은 물론 투자효과를 발휘하기도 힘들고, 사후 검증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전산부문에서 수익개념을 도입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표준화된 측정 툴이 없다는데 있다. 몇몇 은행들이 IT업체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측정 툴을 개발하고 있지만 전례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산자회사가 설립되고 독립채산제가 확대될 경우 이러한 표준들도 서서히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터넷뱅킹 부문에서도 올해 가장 큰 화두는 ‘수익’이다. 인터넷뱅킹 관련부서의 경우 수익창출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한 편이다. 전산부문의 경우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지만 파업시에도 전산부 직원을 특별관리할 만큼 분명하게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
반면 인터넷뱅킹의 경우 서비스 내용이 모호하다. 인터넷 열풍으로 투자도 많이 하고 대대적인 마케팅도 시행해봤지만 효과는 시원치 않다. 물론 타은행으로의 고객이탈을 막았고, 저비용 채널로써 대고객 업무처리에 있어 비용절감에 일정정도 역할을 했겠지만 여기에 대한 검증절차가 없었다.
인터넷뱅킹 부문도 비용절감 및 마케팅, 영업에 대한 분명한 측정 툴을 마련해 인터넷뱅킹 관련부서가 근거 없는 부담감에 짓눌려 필요한 투자에 주저하거나 방해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전산 및 인터넷 부서에 대한 수익성 제고를 요구하는 것은 관련부서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 은행수익 내지는 비용절감에 기여하는 만큼 금융기관의 전체적인 경영전략 수립에 있어서 관련부서의 역할변화도 기대되고 있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