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에는 제2차 구조조정을 맞고 있는 은행권과 증권업계의 ‘짝짓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증권업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시황산업이라는 구조적 특징으로 지연되고 있는 반면, 금융지주사 및 금융전업그룹의 잇따른 출범으로 증권사들의 시장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은 더욱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은행과의 짝짓기를 통해 시장생존 및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동원 대우 동부증권등은 은행 (피)인수합병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일부 중소형증권사와 온라인증권사들도 은행과의 자본적 혈연관계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중이다.
업계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이 같은 은행-증권사간 ‘빅딜’이 이루어질 경우 업계 구조개편 작업은 가속화될 것을 내다보고 있다. 금융권간 업무장벽이 무너지고 종합금융서비스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질 수록 증권사 단독 생존이 힘들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7일 대형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시장 여건상 증권사간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불확실하고 자발적인 구조조정도 이루어지기 힘든 상태이기 때문에 은행과의 흡수통합이라는 간접적인 구조개편이 불가피한 상태”라며 “따라서 최근 은행과의 (피)인수합병 및 출자설이 나오고 있는 증권사들의 ‘빅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은행과의 ‘짝짓기’가 거론되고 있는 증권사는 최근 서울은행 인수를 피력한 그룹의 자회사들인 동원과 동부증권, 은행권의 인수가 유력해지고 있는 대우증권 등이 있다. 또한 온라인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M, K증권사의 경우 K, H은행과 자본적 혈연관계를 맺기 위한 실무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가장 먼저 은행과의 ‘짝짓기’를 성사시킬 것으로 보이는 증권사는 동원증권인데, 동원그룹의 서울은행 인수 의지가 강하고 여유 자금력도 크기 때문이다. 현재 동원그룹은 자회사의 자기자본비중 축소와 외국계와 컨소시엄 구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K증권사도 이미 H은행과 업무제휴 범위와 자본참여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내년 상반기 ‘빅딜’ 가능성이 높다.
K증권사 한 임원은 “현재 H은행 실무자들과 업무제휴와 자본출자, 주식교환등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하지만 업무제휴에 관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은행이 불리한 협상조건을 제시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본적 혈연관계의 경우 업무공유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향후 흡수통합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흡수합병 가능성도 시사했다.
임상연 기자 sy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