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관이 벤처캐피털을 움직이고 있다. 국내 국정원 출신들이 창투사 CEO로 활약하고 있으며, 미국 중앙정보부(CIA)는 2년전부터 벤처펀드를 만들어 벤처기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들 정보기관 출신들의 치밀함과 정보력이 벤처업계의 활력으로 다가서고 있다.
국가 핵심 기밀을 취급하는 국가 정보부서와 벤처캐피털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국가 정보기관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첩보수집뿐 아니라 경제분야에서도 뛰어난 정보분석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시초를 다투는 업무 특성상 IT관련 기술의 중요성은 국가 정보기관들에게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IT분야에 능통한 인력들이 대거 영입되었다. 정보력과 기술력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게 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업계에는 국정원 출신 CEO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솔아이벤처스의 윤상돈 사장과 CBF기술투자 김수경 사장이 바로 그 주역.
한솔아이벤처스 윤상돈 사장은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국가정보원에서 인터넷벤처 팀장을 맡고 있었으나 한솔아이벤처스로부터 사장직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고 벤처업계에 투신했다. 윤사장은 취임 후 지난해 12월 퀄컴과 함께 676억원짜리 대형 펀드를 결성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퀄컴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25개 벤처캐피털을 제쳐두고 신생사인 한솔아이벤처스의 손을 들어줬다. 가뜩이나 자금줄이 말라붙은 상황에서 한솔아이벤처스의 급부상은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유한수 회장 퇴진후 조직 재정비에 돌입한 CBF금융그룹이 꺼낸 카드는 CBF기술투자에 국정원 출신 김수경 사장 영입. CBF금융그룹은 김 사장 영입으로 그룹내 투자자문사와 창투사를 연계해 투자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M&A펀드, 영상펀드 결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CBF금융그룹은 CBF기술투자를 주축으로 해 CBF에셋(대표 이동철닫기

미국의 경우 CIA도 원활한 정보수집을 위해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 CIA는 2년전 인터넷 붐이 절정에 달했던 당시, 실리콘밸리의 유력한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자리잡고 있던 호화로운 샌드힐 로드(Sand Hill Road)에 벤처투자 사무실을 연 뒤 13개 업체에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 6월까지 CIA의 비영리 독립벤처투자 자회사인 인-큐-텔 (In-Q-Tel)은 펀딩을 통해 8097만 달러를 조달했다.
국내의 경우 정보기관의 인력들이 벤처캐피털 업계에 진출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반해, 미국은 인큐텔이라는 투자사를 설립해 경직적인 조직 원리 때문에 습득하기 힘든 최신 기술을 자회사인 벤처캐피털을 통해 획득하고 있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창호 기자 ch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