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금융감독위원회가 신용카드업을 비롯한 ‘여신전문금융업의 인허가 지침’을 발표함에 따라 사실상 신용카드업의 진입규제는 풀렸다.
금감위가 이날 의결한 사항 중 특히 신용카드업 신규 진출 요건은 주목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금감위는 당초 마련했던 개정안에서 한발 물러나 15만명 이상의 금융거래 고객을 확보하고 있지 않더라도 회원확보 ‘계획’만 있으면 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키로 했다. 800억원의 현금확보 항목도 자금조달 ‘계획’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롯데, SK, 현대 등 그동안 신용카드업 진출을 노려왔던 회사는 조건만 갖추면 당장이라도 신용카드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당장의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시간을 두고 기존 카드사와 한차례 경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신규업체의 참여가 그리 호락호락한 상황은 아니다.
우선 신규로 진출하려는 업체들이 최근 끼어들기를 위한 눈치보기 작전이 치열하다.
이들은 내심 먼저 신청서를 접수해 분위기 타진을 해 줬으면 하는 의사가 역력하다. 회원수 부족으로 좌절위기에 있던 롯데캐피탈의 경우 앞으로 소매금융과 신용카드업, 택배 사업에 주력할 것이라는 내부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롯데캐피탈은 백화점 회원고객이 금융거래 고객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카드업 진출 요건인 15만명 회원확보 계획의 수립도 쉽지만은 않다.
SK그룹의 경우 출자총액 제한에 걸리고, 현대캐피탈도 금융거래 기반은 갖추고 있지만 부실회사인 현대생명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카드업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허가 지침에 따르면 금융전문 인력과 점포, 자금, 고객기반 등을 갖춘 금융회사가 신용카드업 진출에 단연 유리하다.
이 같은 기준은 그동안 국내 카드업 진출을 노려왔던 외국계 금융회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캐피탈사나 대기업은 아직도 신용카드업 진출이 어렵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상황이 3년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
또한 관계자들은 그동안 카드업 진출을 꾸준히 노크해 온 회사보다 조흥은행 등 ‘은행계’와 HSBC, 시티은행 등 ‘외국계 기업’에 신용카드업 진출의 물꼬를 확실히 터준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영화 기자 yhle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