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이 미국 굴지의 IT기업인 EDS와 전산부문의 토털 아웃소싱을 극비리에 추진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그 배경과 앞으로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일은행은 뉴브리지캐피탈로의 매각과정에서 IT부문에 대한 투자가 지지부진했었고 지난해 EDS출신 현재명상무가 CIO로 부임하면서 차세대시스템과 인터넷뱅킹 등 대형 프로젝트에 속속 착수해왔다.
제일은행에 대한 토털 아웃소싱說은 EDS가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 업체로 선정되면서 솔솔 풍겨나오기 시작했다. 아웃소싱을 위한 실제작업에 착수한 것은 올해 초부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일은행이 이처럼 신속하게 전산부문 전체의 운영권을 넘기는 토털 아웃소싱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뉴브리지캐피탈이라는 미국계 대주주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아웃소싱 문화가 일반화 돼 거부감이 없었으며 국내 은행들보다 상대적으로 감독당국의 규제 밖에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로 아웃소싱은 대체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로 활용되며 향후 은행매각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국내 은행권 합병과정에서도 전산부문이 핵심사안으로 등장한 사례가 있었다. 이와 함께 현재명상무가 CIO 취임과 함께 전산부서를 빠르게 장악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제일은행은 현재 EAI 기반의 차세대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EDS와 직접 아웃소싱 계약을 맺을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직접 계약이 여의치 않을 경우 몇 개 대형 SI업체를 대상으로 제안요청서 발송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뉴브리지캐피탈 계열사인 베인앤컴퍼니가 우회적인 경로를 통해 아웃소싱 업체에 대한 대체적인 서베이를 이미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그동안 제일은행이 차세대 프로젝트를 비롯해 전산 토털 아웃소싱을 위한 자산실사 및 마스터플랜 작성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한 만큼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EDS가 아웃소싱 파트너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제일은행이 토털 아웃소싱을 단행할 경우 국내 대형 시중은행 가운데 첫번째 사례로 기록되게 된다. 국민은행의 경우 한국HP와 아웃소싱 계약 마지막 단계에서 전산센터 매각문제로 결렬됐으며 한빛은행의 경우 내부사정에 의해 스스로 철회했다. 반면 평화은행은 삼성SDS와 공동출자를 통한 자회사 설립으로 사실상의 토털 아웃소싱을 단행한 바 있지만 규모가 작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평화은행의 전략적 의도에 따라 자회사 형태로 추진돼 전통적인 형태로 보기는 힘들다.
제일은행 아웃소싱 사례는 은행권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회사 설립 등 전산부 분리를 놓고 고심중인 시중은행들에게 커다란 파급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농협, 하나은행 등이 IT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토털 아웃소싱 논의는 은행조직의 정서적인 거부감과 함께 노조의 반대, 감독당국의 규제로 지지부진했었다.
제일은행의 경우에도 프로젝트 자체가 극비리에 추진되면서 향후 전산부 및 노조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전산자산 매각과 인력재배치 등 구체적인 아웃소싱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회사 설립형태가 아니라면 대규모 인력 재배치 및 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 직원들이 미국계 단기펀드인 뉴브리지캐피탈의 IT아웃소싱 결정에 정서적으로 얼마나 수긍할 수 있을지도 과제다.
170여명에 이르는 전산부 인력외에도 자회사인 일은시스템의 경우에도 독자생존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은시스템의 경우 현재 140여명의 인력 가운데 100여명에 가까운 직원이 제일은행에 상주해 은행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일은행의 전산 아웃소싱은 당분간 은행권의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할 전망이다. 뉴브리지캐피탈과 EDS 등 굴지의 미국기업들이 은행 전산부문의 비용절감과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추진중인 전산 아웃소싱의 밑그림들이 은행권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