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부터 금융권에서 급속 확산되고 있는 기업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지주회사식 결합) 문제는 지난달 13일 저녁 고위 당국자가 이경재 기업은행장에게 외환은행과의 합병을 검토해 볼 것을 요청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2면>
또 이에 대해 기업은행측은 기획 법규 국제부문 등 관련 실무자들로 구성된 특별팀을 구성해 15일부터 검토작업을 벌였으며 그 결과를 4일후 정부당국에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들은 “기업은행의 경우 그동안 중소기업 전담은행이라는 특수한 사정 때문에 일반론 외에 특정 은행을 대상으로 합병이나 지주회사식 결합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으며 갑작스럽게 고위당국자가 요청하는 바람에 검토작업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외환은행과의 통합에 대해 검토작업을 벌인 결과 대주주인 정부 입장을 따를 수 밖에 없지만 합병을 위해서는 사전에 선행돼야 할 과제가 적지않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우선 외환은행이 그동안 자산 클린화 노력을 했음에도 현대그룹 관련 여신등 잠재부실이 적지않다고 지적하고 기업은행이 동반 부실화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정부측의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 관계자들은 “외환은행의 부실이 외견상 2조원 정도로 나타나고 있지만 현대그룹 관련 여신이나 해외현지법인 여신 등을 감안하면 5조원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은행은 이와 함께 외환은행과 합병할 경우 국책은행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이로 인해 정부의 손실보전 조항이 적용되지 않음에 따라 대외 신인도가 떨어져 기존의 해외 차입금에서 기한 이익 상실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야기되는 점도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은행은 이 외에도 외환은행과의 합병은 중소기업 지원을 포기하는 것으로 비쳐져 중소기업 유관단체나 여야 정치권의 반대가 예상되며 국회에서 기업은행법 개정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은행측은 지주회사 방식으로 외환은행과 결합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법과 특별법인 기업은행법의 상충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나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주회사로 가면 정부 지분을 3년내에 매각해야 하며 중소기업 위주의 여신운용, 여유자금 운용등에서 기은법과 지주회사법의 상충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업은행 노조는 외환은행과의 합병추진에 반발, 행장실을 점거하는 등 농성을 벌였다.
박종면 기자 myu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