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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 은행 추가 합병의 가능성과 한계

박종면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1-03-01 00:05

기업+외환-정부 결심하면 성사가능, 외환銀 긍정적

신한+하나, 한미-대등합병 아닌 흡수통합 ‘야심’

은행 합병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나 은행장들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곤란한 경우가 적지않다. 특히 가시적인 구조조정의 성과물을 보여줘야 하는 금융당국자들은 은행들을 압박하거나 분위기 조성용으로 합병 관련 발언들을 하면서 진짜로 합병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21일 이기호 경제수석이 조찬간담회 자리에서 은행 추가 합병 가능성을 얘기한 후 금융권에 확산되고 있는 기업+외환은행, 신한+하나 또는 한미은행의 추가적인 은행 합병(지주회사식 결합)說도 이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기업+외환은행> 지난달 중순 증권가에서는 기업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금융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13일 저녁 정부당국의 고위 관계자가 기업은행 최고 경영자에게 외환은행과 지주회사 형태로 결합하는 게 어떠냐는 제의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다음날 은행 내에 이를 검토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일간의 작업 끝에 기업은행은 51%의 지분을 갖는 대주주인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해결돼야 할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정부측에 전달했다는 것.

기업은행이 제기한 문제는 우선 기업은행의 경우 특별법에 의해 만들어진 은행으로 지주회사법과 몇 가지 상충되는 점이 있으며 따라서 법개정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정부가 풀어줘야 한다는 것.

또 한가지는 파트너인 외환은행의 대략적인 내용을 검토해 본 결과 현대관련 여신등 잠재부실이 만만찮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

기업은행은 이 외에도 기업은행과 외환은행의 결합은 현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명분을 퇴색시키고 이에 따라 중소기업 관련 단체나 국회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 같은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 대주주인 정부의 정책을 따를 수 밖에 없으며 이같은 맥락에서 정부 지주사 CEO 후보로 거명됐던 이경재 기업은행장도 거듭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행장은 외환은행과의 합병은 지주회사식 결합이 바람직하며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전문, 외환은행은 대기업 및 국제금융 중심의 강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정부 고위관계자는 외환은행 최고 경영자에게도 기업은행과의 결합에 대해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은 공식적으로는 외환카드 매각 등으로 클린화를 이룬 후 주도적인 입장에서 다른 은행과 합병하거나 지주회사 설립을 모색하겠다는 것이지만 내심 싫지않다는 표정이다.

기업은행이 클린뱅크인데다 기업은행과 통합할 경우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 편입을 거부했던 코메르츠방크도 기업은행과 합병시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게 외환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전후 사정을 감안하면 외환은행과 기업은행의 결합은 기업은행 대주주인 정부가 결단을 내리면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라면 기업은행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고 대외적으로 중소기업 지원을 축소하는 것으로 비춰져 중소기업 관련 유관 단체나 야당 등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내에서도 의견통일이 안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의 하나 한미은행 통합론> 이기호 수석의 추가 은행 합병 발언을 계기로 금융계가 동요하던 지난달 26일 신한은행은 그 특유의 순발력을 발휘, 2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를 돌렸다.

지주회사 체제를 정착시킨 후 2003년부터 추진하기로 했던 대형화 및 합병 전략을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저금리 기조 정착 등에 대응, 시장 조기 선점을 위해 올 하반기로 앞당기겠다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신한은행이 자행의 전략에 동의하는 우량 금융기관과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주도권을 쥐고 다른 우량은행 등을 신한지주회사 밑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이같은 전략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합병이 백지화되면서 방향 설정에 애로를 겪고 있는 하나은행이나 한미은행을 흡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신한은행측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하나은행이나 한미은행은 신한은행의 바람 대로 과연 백기를 들고 신한지주회사 그룹으로 편입되는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을까.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신한은행과 거의 비슷한 전략과 속도로 독자의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고 대주주인 알리안츠도 이 점에서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한미은행 입장에서도 별로 급할 게 없다. 외자 유치로 잠재 부실에 대해서까지 완벽하게 충당금을 적립함으로써 올해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무엇이 아쉬워 백기투항 하겠냐는 반응이다.

결론적으로 신한은행과 하나 한미은행의 합병은 ‘기업+외환’의 경우와 달리 당장 가시화될 가능성은 희박한, 신한은행의 희망 내지 정부의 구조조정 추진에 대한 ‘화답용’쯤으로 봐야 할 것같다.



박종면 기자 m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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