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 위원회 사실상 유명무실
‘파워게임 축소판’이란 지적도
증권업협회의 신임회장에 대한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비상근 체제로 전환될 경우 오호수(吳浩洙·58) LG투자증권 사장의 겸임이 확실시 되고, 상근체제 유지땐 김동관닫기

제 44대 증권업협회 회장 인선 과정은 벌써부터 어느 때보다 가장 혼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잇달으고 있다.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신임회장의 각종 정계 인맥과 출신지 등이 차례로 부각되면서 정계 파워게임의 축소판이라는 비난도 거세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협의 회장체제가 결정되지 않아 회장 후보군도 어느 때보다 점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면서 소식통들은 양갈래로 나눠 제44대 협회장을 전망하고 있다. 비상근 체제로 전환시 LG증권 오사장의 부임이 유력해 보이는 이유는 그동안 꾸준히 증권업협회 이사회에서 비상근체제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업계 및 감독원 관계자들은 “오 사장의 의견은 협회의 반대에 부딪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바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의 ‘금융관련 협회의 고강도 개혁 및 비상근 체제로의 전환’ 발언을 계기로 오 사장의 주장은 힘을 얻게 됐다. 본인 또한 비상근 전환 때는 협회장을 수락할 뜻을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사장은 또 과거 외환은행장 후보군으로 거론될 만큼 금융계에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비상근으로 전환할 때와는 반대로 상근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때의 상황은 더욱 복잡한 양상이다. 강력한 후보로는 김동관 증권예탁원 사장과 배창모 現증권업협회 회장이 거론된다.
두 인물이 복수 후보로 거론될 경우 김 사장이 정계 인맥 들을 고려해 유리한 입지에 있지만 실제 속내를 들여다 보면 상황이 꼬여가고 있다.
우선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김 사장은 배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고 있다. 김사장은 이와 관련 “배창모 現증권업협회 회장의 업무성과는 잘 알려진 사실이라 특별히 바뀔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사석에서도 나는 배 회장이 계속 협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말을 해 왔다”고 밝혔다. 또한 김 사장은 자신의 협회장 내정설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김사장을 제외하곤 마땅히 협회장에 새로 부임할 인물은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코스닥증권시장의 성공적 출발, 감독원 업무의 협회 이관 추세 속에 협회내 업무의 연속성, 증권업계 고참들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다는 점 등이 배 회장의 연임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후보군에 대한 갖가지 해석과 관련, 증권협회가 공익대표까지 포함해 구성한 7인 회장후보 추천 위원회는 아직 뚜렷한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후보추천위원회는 윤계섭 서울대 교수, 박준 김&장 변호사, 세계경제연구원 권성호씨, 이사회에 등재돼 있지 않은 증권사 사장단 3인, 외부학계 및 언론계 출신 1인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들은 한차례도 모임을 갖지 않았고, 윤 교수는 현재 외국출장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형식만 갖춰놓고 정부측 입김에 따라 회장이 인선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관치금융’은 여전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제44대 증권업협회 회장 인선 과정은 가장 난해하고 혼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김 사장과 배 회장의 ‘후광’과 관련해서는 갖은 억측이 난무하는 형편이다. 김 사장은 충청권 및 이근영 금감위원장 등과 돈독한 관계로 전해지고 있으며 배 회장은 진념 경제부총리 쪽 인물로 분류되고 있다.
한편 증권업협회는 8~9일 한차례 회장추천위원회 회의를 열고 9일 회원총회에서 44대 신임회장을 최종 선임할 계획이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