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선택된 시기는 랩어카운트 상품 도입 시점, 정기주총이 끝난 시점, 하반기 종합지수 재도약 시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중 대형 증권사들은 최적의 타이밍으로 랩어카운트 상품 도입 시점을 꼽고 있다.
이유는 랩어카운트 상품 판매와 동시에 기존 사이버수수료를 올리면 상당수 고객을 랩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이버수수료 인상의 부작용과 랩상품 성공여부의 불투명함을 동시에 해결할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사이버수수료 인상의 부작용은 고객이탈 사태다. 증권사는 98년부터 출혈경쟁 여파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수료를 내렸다. 결과는 참담한 경영실적. 99년 상반기는 전년 동기대비 92% 수익이 급감했다. 따라서 수수료를 다시 올리는 게 순서지만 함부로 올렸다간 고객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사이버 수수료를 올리는 것과 동시에 평균 2%에 불과한 랩어카운트 상품을 판매하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의 비난을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 베이스(fee base) 개념을 기초로 한 랩어카운트 상품은 3억원의 고객에게 600만원(2% 적용)의 수수료를 받고 이후 고객이 주식을 사고파는 전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1년에 수백번에서 수천번 주문을 쏟아낼 때 일반 위탁수수료로 고객이 내는 5~10% 가량의 수수료보다 월등히 싸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고객의 비난에 대응할 방책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랩상품 성공여부의 불투명함도 자연스레 걷히게 된다. 랩은 그동안 수수료가 지나치게 저렴해 많은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실패작으로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온 실정이다. 그러나 사이버수수료를 인상하면 고객 또한 상대적으로 싸다고 생각하는 랩계좌로 서서히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증권사는 사이버 수수료 인상과 랩고객 증대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고, 고객 또한 더 싼 수수료로 주식매매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적정 수수료 인상 시기로 랩도입 시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랩상품은 빠르면 이번달 판매된다.
반면 정기주총이 끝나는 시점과 본격적인 종합지수 재도약 시점은 랩도입 시점보다 명분이 약해 보인다. 정기 주총이 끝나는 5월은 일반 공모가 본격화되는 시점인데 굳이 수수료를 올려 공모시즌에 찬물을 끼얹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종합지수 재도약 시점으로 거론되는 하반기는 수수료 인상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에 적정 시기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현재의 수수료율 아래서 손익분기점만을 간신히 유지하는 재무구조를 그때까지 끌고 가려 할 지도 미지수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