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외자유치 후 대우증권은 리테일 부문과 홀세일 부문이 양분되면서 핵분할이 가속화된다. 대우증권은 증권사 영업과 로컬 네트워킹을 이용한 소매부문에 전력하고, 산업은행과 도매전문증권사는 투자금융 업무에 주력하게 된다.
국내에서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이 금융권역별로 자회사를 두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같은 산업은행의 구상은 업무영역별 주력사업을 ‘헤처모여’시킨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보는 각도에 따라 신설될 도매전문증권사는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이는 도매전문 대형 합작증권사가 될 수도 있고, 외국자본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적인 도구로도 이해될 수 있다. 게다가 핵분할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우증권의 내부 반발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 때문에 대우증권과 산업은행이 입장차이를 어떻게 좁혀 가느냐가 향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日 니꼬살로먼스미스바니社 벤치마킹 = 산업은행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대우증권의 외자유치는 니꼬살로먼스미스바니社의 전례를 따른다. 니꼬살로먼스미스바니社는 니꼬증권이 지난해 초 기업금융 M&A 리서치 투자금융 등의 부서를 본사에서 분리한 뒤 이를 미국 살로먼스미스바니의 도쿄지부와 통합시켜 설립했다.
이같은 합작이 성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02년 일본에 진출한 후 소매영업에 특화된 강점을 가지고 있던 시티그룹(주로 은행부분)의 법인영업 강화 포석과 금융빅뱅을 거치면서 급변하는 일본 금융환경을 헤쳐 나오려는 니꼬증권의 전략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씨티그룹은 니꼬증권 지분 20.7%를 샀고, 니꼬증권은 이 대가로 도매사업을 떼 내 씨티그룹의 자회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와 합작으로 도매전문증권사를 설립했다. <그림 1 참조>
이후 니꼬증권은 소매영업만 주력했고 이 결과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너지효과를 얻었다.
또한 니꼬살로먼스미스바니는 기업금융 M&A 기업인수 업무 등에서 특화된 강점을 발휘, 일본 금융계는 “니꼬증권의 로컬영업 강점과 살로먼스미스바니의 국제적 비즈니스 노하우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금융서비스에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대우증권 외자유치 구상 = 대우증권의 지분 30% 내외를 외국업체가 매입하면 대우증권은 도매사업 부문을 별도로 분리해 이 부문 전문증권사를 신설한다.
대우증권에 투자했던 해당 외국업체는 신설될 도매전문증권사의 지분에도 참여한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니꼬살로먼스미스바니社의 사례에 따르면 대우증권이 51%, 외국자본이 49%의 지분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 2 참조>
산업은행은 그동안 대우증권에 투자를 희망하는 업체가 경영권을 요구하면서 적지않은 난항을 겪어왔다.
금융지주사를 설립하기 위해선 대우증권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기 때문에 경영권을 내줄 수 없었다. 그러나 도매전문증권사를 설립하게 되면 대우증권의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아도 외자유치가 가능해진다고 산업은행은 판단했다.
▶향후 쟁점 = 대우증권의 내부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외자유치후 도매사업 분리는 회사의 핵분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대우증권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심이다.
대우증권 박종수 사장은 “산업은행의 외자유치 접촉과 별도로 대우증권이 단독으로 합작선을 찾아 나섰다”고 말해 이미 산업은행과 대우증권간의 이견충돌을 빚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의 투자금융 부문 분리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신설될 도매전문증권사의 지분참여를 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외국자본과 대우증권의 도매사업만이 병합되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은 대우증권을 자회사(39.03%)로, 도매전문증권사를 손회사로 갖는 모양새가 갖춰진다.
이와 관련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은행 증권 보험업 등 금융권역이 희미해지며 분야별 강점만을 모아 새롭게 구성되고 있는 국제금융기관들의 재편구도와 맞아 떨어진다”며 “이미 씨티그룹 등은 은행 증권 등 권역별로 자회사를 두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영업 분야별(도매 소매 등)로 소속회사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