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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주도 지주회사 기대半 우려半

박종면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0-11-12 23:23

도덕적 해이등 ‘실패한 公기업’ 표본 될수도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 설립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들어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 설립에 대해 금융계 안팎에서 회의론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재경부 예보등 금융당국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혁신적 지주회사를 설립함으로써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방침 아래 인력 및 점포의 과감한 통폐합, 지주회사 참여 금융기관별 업무 특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설립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계에서는 정부주도의 지주회사가 공기업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또 하나의 부실금융기관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등 기대반 우려반의 분위기다.

◆혁신적 모델 구상하는 금융당국〓광주 평화은행 등이 주장하는 독자 지주회사 설립 주장에 대해 예보나 금감위 재경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넌센스라고 일축하고 있다. 시장 원리대로 하자면 이들 은행을 P&A하거나 청산하는 게 타당한데도 혜택을 줘 정부 우산 밑으로 들어오라는 것인데 독자 지주회사 설립을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한 금융당국자는 “평화 광주 제주은행등이 독자 지주회사를 만든다고 할 때 과연 수익모델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재경부 금감위 예보 등은 이같은 입장을 전제로 한빛 평화 광주 제주은행과 한국등 4개 종금사를 합친 하나로종금 등 5개 금융기관을 묶어 지주회사를 설립하되 외국의 전문 컨설팅기관에 맡겨 혁신적인 지주회사 설립 및 운영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이달말 지주회사 설립 추진위원회와 사무국이 설치되는 대로 컨설팅 작업을 의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말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지주회사 설립은 내달말이나 내년초쯤 구체화되겠지만 이미 재경부와 금감위 예보는 내부적으로 대략의 큰 줄기를 잡아가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은 지주회사 설립을 계기로 중복 점포의 통폐합과 추가적인 인력감축을 과감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인력감축 등의 구체 시기는 노조 반발 등을 예상할 때 신축적으로 결정하겠지만 공적자금을 받는 반대급부로써 추가적인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는 필수적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금융당국은 아울러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 설립과 관련, 참여 금융기관별 법적 독립성과 경영의 자율성은 인정하면서도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구성원들의 ‘헤쳐 모여’를 통해 개별 금융기관들의 업무특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당국자들은 예를 들어 한빛은행의 소매금융부문과 평화은행은 서울 및 수도권의 리테일 업무를, 광주 제주은행은 지방의 리테일 업무를 전담하고 한빛은행 기업금융부문은 수도권 및 지방의 홀세일업무를, 하나로종금은 투자은행업무를 전담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자들은 이같은 업무 특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대규모 이동, 즉 ‘헤쳐모여’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지주회사 회장등 경영진 구성과 관련해서도 리더십과 커머셜 마인드등을 중심으로 인선을 함으로써 일체의 정치적 요소는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지주회사에 대한 우려 목소리〓이같은 금융당국의 구상에도 불구하고 금융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책임을 지고 경영을 하는 사람은 없고, 모럴 헤저드가 만연하며, 인력감축은 제대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온갖 정치적 청탁과 압력이 쇄도하고, 단위 금융기관별 패거리 문화가 만연하는 등 한마디로 공기업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지주회사 출범전에 대규모 인력감축이 선행돼야 하는 데 노조의 강력한 저항을 물리치고 정부당국이나 은행 경영진들이 이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 참여 금융기관별 업무 특화도 그냥 하는 말이지 제대로 될 지 회의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문제는 현재 대부분 은행들이 시행하고 있는 사업부제에서도 드러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기업과 가계금융을 분리하는 게 쉽지 않고 분리에 따른 영업측면에서의 비효율과 혼선도 만만찮다.

지주회사 회장 선임등 경영진 인선 문제에 들어가면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현정부 출범후 대통령의 거듭된 투명인사 원칙 천명에도 불구 금융계 경영진 인선은 과거 정부 못지않게 지역과 학연등 인맥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겉으로는 리더십과 상업 마인드를 강조하지만 결국에는 정치적 고려와 친소관계 등으로 인선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계에서는 최근 고위 금융당국자 출신 인사가 지주회사 회장 후보로 거론되자 지주회사의 장래는 더 이상 볼 것이 없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정말로 지방은행들 및 평화은행의 독자 지주회사 설립 요구를 물리 칠 수 있을 지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평화은행에는 노총이, 지방은행들에는 해당 지역의 정치권 인사들이 버티고 있다. 광주 제주은행에 이어 경남은행, 전북은행까지 지주회사 대열에 합류해 독자 지주회사 설립을 요구한다면 상황은 더욱 어렵게 될 수 있다.

금융계 일각에서 지주회사 방식보다 지원합병(Assit Merger) 방식을 도입, 부실 은행들을 우량은행들에 넘기고 풋백옵션 등을 통해 우량은행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게 차라리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같은 문제점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박종면 기자 m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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