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평위와 금감위는 당초 10월말까지 처리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부실기업 판정 작업이 늦어지고 특히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 대우자동차 법정관리 등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서 6개 은행에 대한 판정도 진통을 겪었다.
신용카드 부문 매각을 통해 독자생존을 추진했던 평화은행은 동아건설 법정관리와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에 따른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어나면서 지난달 말 독자생존 은행 대열에서 이탈해 지주회사 편입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6개 은행 가운데 한빛 광주 제주은행은 처음부터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판단, 스스로 손을 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되자 남은 은행은 조흥은행과 외환은행.
경평위는 조흥 외환은행 처리와 관련, 현대건설 및 쌍용양회의 퇴출 가능성이나 대우차 법정관리 등 모든 변수를 감안해 심사를 했다. 그 결과 조흥 외환은행의 경우 이들 기업에 대한 담보가 충분한데다 이미 충당금을 많이 쌓아 둬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더라도 부담은 크지 않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고 이를 토대로 독자생존 가능 판정을 내렸다.
다만 경평위는 자산 건전성이나 생산성 관련 비율 등에서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판단, 독자생존 가능 판정을 내리면서도 조건을 다는 꼼꼼함을 보였다. 조흥은행에 대한 고정이하 여신비율 및 1인당 영업이익 비율 목표 제시, 외환은행에 대한 3000억원의 추가 자본금 확충 요구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경평위의 두 은행에 대한 ‘독자생존 조건’은 현실적으로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해당은행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조흥은행의 경우 기존 MOU에 내년말 고정이하 여신비율 목표가 경평위가 제시한 4%보다 낮은 3%로 돼 있다. 또 내년에 달성하도록 돼 있는 1인당 영업이익 2.2억원은 이미 6월말에 거의 달성해 놓고 있다.
외환은행 역시 3000억원의 자본확충이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대주주인 정부와 코메르츠 방크가 연내 6000억원을 증자하면 이를 토대로 3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쉽게 해결된다.
경평위가 현대건설 사태와 대우자동차 법정관리 등 최근의 불안한 금융시장 분위기를 고려, 일종의 면피용으로 조흥 외환은행에 알멩이가 없는 조건을 달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같은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은 이번 독자생존 판정을 계기로 그동안의 부실은행 멍에를 벗고 우량은행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두 은행이 시장으로부터도 확실한 신뢰를 얻고 주가가 상승하려면 현안인 쌍용양회와 현대건설 문제가 명쾌해져야 한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빛 평화 광주 제주은행등 경영개선 계획 불승인 판정을 받은 4개 은행은 공적자금 투입에 앞서 당장 9일부터 예보로부터 자산 부채 실사를 받는다. 또 오는 22일까지 부실채권 정리, 수익증대 방안 등이 담긴 수정경영개선계획을 금감위에 제출해야 하며 금융지주회사로 편입과 관련해서는 대상 은행, 통합 유형, 추진 일정 등의 계획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4개 은행의 경우 자산 부채 실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현대건설 사태 및 대우차 법정관리 등의 여파로 공적자금 투입규모는 당초 경영개선계획에서 밝혔던 것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빛은행의 경우 최대 5조원까지 예상되며 광주은행 5000억원, 제주은행 1500억원등으로 전망된다. 평화은행의 경우에는 신용카드 사업 매각대금 3200억원을 전제로 하더라고 최대 2000억원까지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4개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규모는 총 6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4개 독자생존 불가 판정 은행들의 최대 이슈는 지주회사 편입이다. 이와 관련 주목되는 대목은 평화 광주 제주은행이 한빛은행이 포함되는 지주회사에 들어가기를 꺼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3개 은행은 이미 지난 7월부터 경남은행까지 포함되는 이른바 다이아몬드형 지주회사식 통합을 논의했었다. 이번에 독자생존 불가 판정을 받자 이들 3개 은행은 노조가 중심이 돼 다시 이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은행 최고 경영자들도 홀로서기가 불가능하다면 3개 은행이 힘을 합쳐 지주회사를 만들고 내년에 기존 지방은행중 이탈하는 곳이 나오면 합류토록 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없지않지만 재경부나 금감위 내에서도 공적 자금 투입 8개 금융기관을 하나로 묶을 경우 성공할 수 있을 지 회의론이 적지않고 지방은행이나 평화은행이 금융당국에 주는 정치적 부담까지 감안하면 2개의 정부 주도 지주회사가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종면 기자 myu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