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은행 인력감축의 최대 난제는 자발적 퇴직자가 적을 경우 98~99년 구조조정 때처럼 정리해고를 해야 하지만 최근 법원이 은행들이 지난해 초 단행한 정리해고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리고, 여기에다 은행산업을 둘러싼 경제여건도 좋아져 정리해고가 점점 어렵게 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해설 2면>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98~99년 공적자금 투입은행 중심으로 단행된 인력정리와 관련, 당시 명예퇴직 미신청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놓고 현재 외환은행 3건, 조흥은행 및 한빛은행 각 1건등 5건의 소송이 진행중이다.
문제는 법원이 1심에서 조흥은행의 99년초 정리해고와 외환은행의 98년 10월 정리해고 건에 대해서는 은행측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한빛은행의 99년초 정리해고와 외환은행의 99년초 건에 대해서는 원고인 정리해고 대상 직원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는 점이다.
정리해고의 법적 타당성 여부를 놓고 진행되고 있는 이들 소송에서는 근로기준법 31조 상에 ‘정리해고를 할 경우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어야 하고, 사용자측은 해고 회피 노력을 해야 하며, 해고 대상자 선정이 공정하고, 근로자대표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등의 조항이 쟁점이 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이들 조건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시키지 못하면 지난해 단행한 정리해고가 위법이며 따라서 은행들이 패소하게 되고 은행은 원고인 명퇴 미신청자들에 대해 명예퇴직금 외에 별도의 위로금, 소송 비용등을 보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5건의 재판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최종적으로 피고인 은행들이 질 경우 앞으로 단행될 2차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게 된다는 점이 은행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번 소송에서 은행측이 모두 승소한다 해도 앞으로도 정리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들은 “판사에 따라 판결을 다르게 하고 있지만 은행산업을 둘러싼 경제여건이 호전되고 이로 인해 IMF 직전에 비해 은행의 경영상태도 개선되면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 조항을 충족시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앞으로 정리해고가 어렵게 될 경우 인력감축이 계획대로 되려면 제일은행처럼 30개월치의 명퇴금을 지급하는 등 충분한 보상을 함으로써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는 길 밖에 없지만 이 경우 ‘도덕적 해이’로 비춰져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