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광주은행은 중앙종금과의 합병 무산으로 비슷한 위치에 있는 제주은행을 끌어들이고 여기에 평화은행, 경남은행까지 합류시켜 영호남, 수도권까지 연결되는 다이아몬드형 벨트를 만든 후 상황이 무르익으면 지방은행의 맹주역할에 관심이 많은 조흥은행 등과의 통합을 시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하나의 기류는 평화은행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평화은행은 광주은행과 제주은행, 여기에다 영남권의 경남은행까지 포함시켜 다이아몬드형의 지주회사식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조흥은행등 대형은행과의 통합은 고려하지 않는 순수 중소형은행 중심의 재편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 기류는 부산 대구 전북 경남은행등 중소형은행 가운데 스스로 우량하다고 생각하는 4개 은행들의 움직임으로, 광주 제주 평화등 부실은행과는 같이 놀 수 없다는 입장아래 독자생존을 외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3개 은행 그룹이 비슷하지만 내용을 파고들어가 보면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6개 지방은행과 평화은행등 중소형은행의 재편에 불을 당긴 사람은 강낙원 광주은행장이다. BIS 비율을 10%로 맞추는데 3000억~4000억원정도의 증자가 필요한 광주은행의 상황을 감안하면 독자생존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일찍 내렸고 위성복 조흥은행장에게 합병을 제의하는가 하면 지난 8일 은행총파업을 앞두고는 김경우 평화은행장을 만나 중소형은행들의 다이아몬드형 지주회사식 통합에 의견 접근을 보는 등 그 특유의 적극성과 활달함을 과시하고 있다.
강낙원행장은 같은 호남권으로 분류될 수 있는 제주은행 측에도 이같은 구상을 전달, 긍정적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평소부터 친분관계가 있었던 박동훈 경남은행장으로부터는 부정적 입장을 전달받았는데 박행장은 단호하게 거부의사를 밝혔다는 후문이다.
광주은행이나 강낙원 행장은 중부수도권(평화), 호남권(광주, 제주), 영남권(경남)은행이 지주회사식 통합을 하게되면 전국은행에 버금가고 여기에 조흥은행등 대형 시중은행과 2차 통합을 하게 될 경우 2차 구조조정 이후 은행산업을 주도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흥은행과의 두번째 통합까지 완료된다는 전제라면 정부주도의 지주회사는 크게 보아 한빛은행 그룹과 조흥은행 및 지방은행이 묶이는 그룹등 크게 보아 2개가 될 수 있다. 강낙원행장이 그동안 금감원이나 재경부를 열심히 쫓아 다녔음을 감안하면 이와 관련 사전 교감이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김경우 평화은행장은 강낙원행장의 지주회사식 통합에 흔쾌히 뜻을 같이 했지만 평화은행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향하는 바가 조금 다르다. 중소형은행 중심의 지주회사식 개편을 생각하고 있지만 대형 시중은행과의 통합까지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평화은행의 경우 BIS 비율이 4%에 불과해 경영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국제투융자업무와 50억원이상 거액여신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또 근로자 전문은행이라는 특성 때문에 독자생존도 불가능하지 만은 않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평화은행 입장에서는 광주 제주 경남은행 등까지 하나로 묶는다면 수도권은 물론 충청권까지 넘볼 수 있어 실리를 챙길 수 있다. 중소형 은행 중심의 지주회사에서 대장 노릇을 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이 구상은 기존 은행중 경영상태가 제일 나쁜 중소형 은행들 중심의 지주회사식 통합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갖는지, 정부지원을 전제로 하더라도 은행산업 2차 구조조정 이후에 이 지주회사가 경쟁력을 가질 지 회의적이라는 점에서 치명적 한계를 갖는다.
부산 대구 전북 경남등 스스로 우량은행이라며 독자생존을 외치는 4개 지방은행은 광주 평화 제주은행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절대로 합류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광주, 평화은행으로부터 합류 제의를 받은 경남은행은 펄쩍 뛰고 있다. 박동훈행장이 강낙원, 김경우행장과의 친분 때문에 오퍼를 받은 것이지, 경남은행이 부실하기 때문은 결코 아니라며 해명하기에 여념이 없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경남은행이 평화, 광주은행과의 통합에 합류할 수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 때문에 市道나, 상공회의소등 지역 경제단체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으며 그렇게 될 경우 당장 거래를 옮기겠다는 반응들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경남은행을 비롯 부산 대구 전북은행이 독자생존을 주장하는 것은 자기들은 우량하고 따라서 부실은행 그룹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지만 연고와 지역주의에 의존해 영업을 하고 있는 지방은행의 입장에서는 지역색을 벗게되면 당장 시도금고 업무가 농협으로 넘어가는 등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이유에도 원인이 있다. 이같은 사실을 들어 일부 지방은행 관계자들은 지방은행간 통합은 영호남을 섞어 묶는 다이아몬드형 보다 영남권, 호남권 등으로 나눠 통합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지방은행을 포함한 중소은행들의 움직임에 대해 금융당국은 입장 표명을 삼가고 있다. 또 아직 정리된 입장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방은행이나 평화은행 처리가 대형 시중은행을 처리하는 것 이상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충청권이나 경기 강원권 은행은 모두 사라졌는데 영호남 은행들은 여전히 버티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