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은행은 국제투융자업무와 50억원 이상의 거액여신을 취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98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정상화 계획을 승인받으면서 다른 은행들에 비해 2% 포인트 낮은 기준을 받았다. 평화은행의 경영개선계획상 BIS 비율 목표치는 2000년 3월 4%, 2000년 12월말 6%, 2001년 9월 8% 등으로 최종 목표치가 10%가 아닌 8%다.
이같은 목표치를 감안하면 평화은행의 경영정상화 계획은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말에 잠재부실 부담으로 평화은행은 20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BIS 비율은 4.5%를 기록했고 연말에는 200억~300억원의 흑자와 6%의 BIS 비율 목표치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평화은행은 올해 신용카드 부문, 110여개 기관과의 제휴에 따른 이익, 벤처투자 등에서 지난해에 비해 559억원 늘어난 867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평화은행이 99년 4월 예보로부터 2200억원의 우선주 출자를 받을 것을 놓고 시장이 공적자금 투입은행으로 간주하는 것도 부담이다. 평화은행은 당시 2200억원의 우선주 출자를 받긴 했지만 평화은행이 자체 조성한 자금으로 예보채를 인수했고 예보는 이 자금으로 평화은행에 출자했다. 특히 예보의 채권 발행금리가 0%여서 국민세금 부담이 전혀 없어 공적자금으로 봐서는 안되며 따라서 공적자금 투입은행이 아니라는 게 평화은행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시장과 고객들의 평화은행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국제금융업무와 거액여신을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BIS 비율 목표치가 애초부터 2%포인트 낮다는 점을 알지도 못하고 인정하려 하지도 않을 뿐더러 예보의 우선주 출자를 공적자금 투입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평화은행은 시장과 고객들의 이같은 인식을 감안, 다각도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경영정상화 이행계획 기간중인 내년 9월말까지 800억원의 증자와 5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아니면 이번 기회에 아예 정부로부터 2000억원 정도의 증자 지원을 받아 BIS 비율을 10% 이상으로 높여 클린뱅크로 만듦으로써 확실하게 고객들의 신뢰를 얻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은행의 아이덴티티가 훼손되지 않는 전제라면 자발적으로 정부주도의 금융지주회사에 들어가는 방안도 저울질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은행과 다르다고 해봐야 고객이나 시장이 인정해 주지 않고 노총의 자회사쯤으로 오해받는 현실이라면 은행의 장래를 다시 한번 근본적으로 고민해 봐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이 평화은행 안팎에서 대두되고 있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