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와 정부는 일단 만나 서로 대화를 하는 데 의미가 있는 만큼 섣부른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다고 얘기하고 있으나 관계 장관과 금융노조 지도부의 회동 자체만으로도 파국은 피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노조의 요구가 그동안 너무 거창하고 추상적이어서 수용이 어려운 것이었으나 한층 구체적이고 `내면적인 요구`가 나오고 있어 대화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관치금융철폐 특별법 제정, 경제각료 퇴진 및 청문회 개최,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유보 등 금융노조의 요구조건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고 정부도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7일 대화에서 극적인 국면전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화분위기 성숙= 금융산업노조 윤태수(조흥은행 노조위원장) 홍보분과 위원장은 “김호진 노사정위원장이 공문을 통해 7일 오전 열리는 공개적인 노.정협상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해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김대중 대통령만을 대화파트너로 고집했던 금융산업노조가 이헌재 재경부장관이나 이용근 금감위원장을 협상대상으로 인정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금융산업노조가 유화적인 자세로 나오는 것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자는 의도로 보여진다.
지금까지 금융산업노조는 이용근 금감위원장 등 정부의 대화 제의를 번번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노사정위의 중재에 응해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명분`을 쌓을수 있게 됐다.
정부에 요구조건을 더욱 분명히 통보하고 타협의 여지가 있는지를 가늠해보자는 현실적인 필요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정부의 입장변화= 금융산업노조는 정부와의 협상에서 관치금융 청산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유보, 은행의 민영화.해외매각시 국회동의 절차를 밟을 것 등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1일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내세웠던 대정부 요구사항에 모두 들어 있는 내용으로 근본적인 입장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용근 위원장은 그러나 금융노조의 요구사항이 한층 `구체적이고 압축적이며 내면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구체적이고 내면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구조조정의 방법론이나 충분한 공자금 투입을 통한 부실해소, 지주회사통합시 해당은행노조와의 사전협의, 인력감축 배제, 처우개선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쪽의 자세변화도 엿보인다. 이용근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은 정부주도로 구조조정을 하겠지만 독자생존을 원할 경우 자구책이 타당하고 시장의 인정을 받으면 지주회사에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잠재부실을 모두 현재화해 산출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 이하로 떨어지는 공자금투입은행의 경우 오는 8월께 제출하는 경영정상화계획이 실현가능성 있고 시장의 인정을 받으면 독자생존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이 위원장은 정부의 개혁 원칙 테두리내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사항은 가급적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말이 고비될 듯= 7일 첫 노.정 공식대화가 시작되면 이후 공식.비공식 협상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노.정 모두 `최후의 카드`는 막판까지 숨긴 채 여론몰이나 명분축적, 상대 의도 읽기에 골몰할 전망이다. 따라서 노.정의 본격적인 협상은 주말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노조의 요구조건이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내로 수렴되지 않은 상태여서 견해차를 좁히는 데 양측이 노력해야 하며 주말이 돼야 본격적인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노조의 현재 요구조건은 관철이 어렵다는 것을 지도부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막판까지 이를 고수하다 파업이 임박한 시점에서 수정된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이미 파업을 상정한 상태에서 정부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만큼 일단 하루 이틀 파업을 결행한 뒤 다음주 중반께부터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