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의 반응처럼 조흥은행은 이번 잠재손실 공개로 부실은행의 꼬리표를 떼고 우량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것이 금융계는 물론 금융당국자들의 지적이다. 물론 아직은 고정이하 부실여신 비율이 9%에 이르러 클린 뱅크가 되려면 기존 부실여신 매각등 노력을 더 해야 겠지만 적어도 우량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기존 부실은행과의 차별화는 주가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조흥은행은 이번 잠재부실 점검 결과 수익증권 부실 700억원을 포함, 총 3718억원의 부실이 새로 드러났다. 그러나 조흥은행은 지난해 말 결산에서 적자를 내면서도 새로 발생할 부실여신에 대비해 FLC 기준을 초과해 4801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둠으로써 이번에 새로 드러난 추가 부실을 커버하고도 남게 됐다.
이처럼 조흥은행의 잠재손실이 제로로 나타난 것은 기존 초과충당금 덕분이기도 하지만 새로 드러난 부실이 3718억원에 그쳤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기업여신 전문으로 외형이 비슷한 한빛은행의 새 부실이 1조299억원에 이르고, 외환은행도 5837억원이나 되는 사실을 감안하면 3000억원대의 신규 부실은 매우 적은 규모다.
이는 그동안 조흥은행의 여신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가 다른 은행들과는 달랐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단적으로 조흥은행은 그동안 론스타 써버러스 등에 거액 부실여신을 매각하는 등 무진 애를 썼고 특히 워크아웃 업체에 대한 효율적 관리로 아남반도체 강원산업등 16개업체에 대한 여신 총 1조1048억원을 정상화시켰다. 여기에는 여신관리통이기도 한 위성복 행장의 경영능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조흥은행은 잠재손실이 제로로 드러났지만 상반기 결산에서는 이번에 드러난 부실 3718억원에 대해 FLC 기준을 초과해 전액 충당금을 쌓기로 했다. 조흥은행은 잠재손실이 제로이기 때문에 순익을 많이 낼 수도 있지만 충당금 초과 적립을 통해 하반기 1조5000억원의 부실여신 매각 등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건전성 위주의 결산 방침에도 불구 조흥은행은 6월말 결산에서 500억원의 순익과 BIS 비율 10% 유지가 가능하며 연말에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2500억원 안팎의 당기순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정도의 순익시현이 가능한 것은 여신 건전성에도 원인이 있지만 신용카드 업무등 탄탄한 소매금융 영업력이 기반이 되고 있음을 물론이다.
2500억원의 연말 순익에는 아남반도체 주식 관련 이익이나 선물환 소송 관련 이익등 특수요인이 포함돼 있지않다. 조흥은행은 주당 취득단가가 8000원인 아남만도체 주식을 1700만주나 보유하고 있다. 이 주식에 대해 미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주당 3만~4만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매각이 이루어질 경우 조흥은행은 4000억원 정도의 매각익을 챙기게 된다. 1차 판결에서 승소한 현대투신 한국투신과의 선물환 관련 소송이 매듭지어지면 여기서도 1300억원의 특별이익이 발생한다.
조흥은행은 이제 대우사태와 같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금년말에는 확실히 우량은행의 반열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흥은행이 우량은행이 된다면 가계금융 전문의 우량은행들과는 또 다른 파괴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금융산업노조 파업 등으로 내년 이후로 미뤄진 은행권 2차 구조조정에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입장에서는 조흥은행이 살아난다면 은행산업 구조조정 구도를 다시 짜야 할 지도 모른다. 조흥은행의 힘찬 재기는 이래저래 은행산업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