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분이 각각 80%, 74.6%에 이르는 조흥 한빛은행과 달리 외환은행의 정부지분은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합쳐 32.6%에 불과하다. 특히 외환은행은 코메르츠은행이 31.6%의 지분을 갖고 있어 코메르츠와 KEB맨들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3개 은행 합병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생존의 길을 걷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게다가 명분론에서도 코메르츠의 출자를 계기로 지난해 4월 정부가 1대주주 자리를 지키기 위해 수출입은행을 통해 3500억원의 증자에 참여한 것을 공적 자금 지원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아 더더욱 그렇다.
이같은 사실을 감안해서인지 정부는 지난 7일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에 대한 지주회사식 합병 계획을 밝히면서 외환은행에 대해서는 외국인 대주주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이종구 금융정책국장은 1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조찬간담회에서 외환은행 대신 조흥-한빛-서울은행 합병구도도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외환은행의 진로를 놓고서는 80년대초 중남미 부실등으로 위기에 처했던 미국은행들이 선택했던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미국은행들은 죽느냐 사느냐는 기로에서 상당수 은행들이 합병을 통한 대형화의 길에 나섰지만 씨티은행처럼 리테일 분야에 특화한 은행, JP모건처럼 투자은행 업무에 나선 은행, 뱅크오브뉴욕(BONY)처럼 증권관련 서비스에 나선 은행, 웰즈파고처럼 뮤추얼펀드나 보험상품등 타 금융권 상품 판매를 통한 특화전략을 구사한 은행등 여러 부류가 있었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외환은행도 여러 방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물론 외환은행이 입장을 정리하는데 있어 정부가 합병은행에 어떤 지원을 할 지가 중요한 변수다.
기존의 부실 정리나 자본 확충 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외환은행은 우겨서라도 독자생존의 길을 가야한다는 데 대해서는 KEB맨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부가 부실을 털어주고 자본 확충을 해 줄 경우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합병은행에 대한 지원이 확실하다면 합병대열 합류가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BONY나 웰즈파고처럼 일단 독자생존을 선언하고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지원을 전제로 합병대열 합류론을 펼치는 쪽은 이 경우 코메르츠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 이유를 전제로 지난 98년초 정부가 충청은행 인수 의사를 타진했을 때 수용하지 않았다가 부실은행 그룹에 낀 것처럼 이번에 다시 혼자 살겠다고 했다간 영영 삼류 은행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또 조흥-한빛은행이 합병하고 하나-한미은행등 후발은행과 국민-주택은행 등이 합병한다면 외환은행이 무슨 수로 틈새에서 살아 날 수 있겠냐는 주장이다. 더욱이 한국적 상황에서 공략할 틈새 시장이 있겠냐는 것이 합병론자들의 입장이다.
이에 반해 틈새시장 공략을 통한 독자생존론을 펼치는 쪽에서는 외환은행의 차별성에 주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맨파워와 개방된 조직 문화, 국제금융 업무에서의 비교우위 등을 감안할 때 외환은행은 한빛이나 조흥은행과는 다르며 자본시장 업무를 보다 강화해 수수료 수입을 확대하고, 특히 앞으로 보험이나 증권사 상품을 적극 판매한다면 1등 은행은 못되더라도 얼마든지 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틈새시장 공략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앞으로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비약적으로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놓고 봐서는 안되며 피비즈니스에서 은행전체 수익의 50% 정도만 올린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특히 현실적으로 정부가 합병은행에 지원을 해 준다해도 그동안 사례를 감안하면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며 경험적으로 합병은행의 성공 확률이 매우 낮은 점을 감안할 때 굳이 리스크를 안을 필요가 있겠냐는 반론을 펴고 있다.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의사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외환은행의 선택은 우리나라 은행산업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CEO의 의지와 판단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