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다 이번 잠재부실 규모가 내달부터 본격화될 2차 금융구조조정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여 은행들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12일 금감원 및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들은 당초 금감원이 제시한 시한인 8일을 넘겨 지난 주말에야 잠재부실 및 추가 충당금 적립 여부를 보고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눈치작전이 극심해 잠재 부실여신 보고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대부분 잠재 부실여신 및 추가 충당금 적립 규모에 대해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보고금액은 이미 알려진대로 충당금 추가 적립액 기준 조흥 한빛 외환은행 등이 각각 1500억~2000억원, 국민 주택 신한 하나 한미은행 등이 300억~1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해 이들 은행의 충당금 적립전 이익(업무이익)이 적게는 6000억~7000억원부터 많게는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됨을 감안하면 잠재부실에서 야기되는 추가 충당금 적립부담이 이 정도라면 걱정할 게 없다.
그러나 과연 추가 적립부담이 이것 밖에 되지 않느냐에 대해서는 금융계 내부에서 조차 말이 많다. 일례로 한 시중은행의 경우 워스트 케이스를 가정해 잠재부실을 내고 이에 따른 충당금 적립부담을 산정해 본 결과 7000억원 정도가 나왔지만 금감원에는 베스트 케이스를 상정해 산출된 1000여억원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워크아웃 기업들의 경영정상화가 차질을 빚고 시장에서 의심을 사고 있는 현대그룹 일부 계열사나 몇몇 중견 그룹사들이 위기에 몰린다고 가정해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을 산출해 보면 그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금감원 보고 금액은 이보다 크게 낮았다” 고 토로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잠재 부실을 가능한 보수적으로 평가해 보고한 것은 이번 보고가 하반기 2차 은행 구조조정의 잣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번 잠재 부실 파악이 시장의 신뢰를 얻기위한 것일 뿐 다른 용도로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지난 97년말의 BIS 비율 파악 악몽이 아직도 생생한 은행들 입장에서는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
당시 금감원은 기업 자금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들의 여신 지원을 독려하면서 BIS 비율이 하락하더라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97년말 BIS 비율을 기준으로 은행의 퇴출 여부를 결정했었다.
은행 관계자들은 “금감원은 아무 걱정말고 투명하게 부실을 공개하라고 하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이번 기회에 부실을 있는 대로 공개해 정부지원을 받을까도 고민해 봤지만 용기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은행들이 보고한 잠재부실과 추가 충당금 적립 규모가 제대로 산출됐는지는 12일 한빛은행을 시작으로 실시되는 금감원 검사가 끝나면 알 수 있다. 금감원은 개별은행들에 대한 철저한 검사를 통해 잠재부실을 파헤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금감원도 고민은 있다. 잠재부실을 최대한 많이 적발해 공개할 경우 은행산업의 동요와 주가하락 등이 우려되고 반대로 보수적으로 할 경우 시장의 신뢰를 잃게된다. 결국 금감원은 시장의 신뢰와 2차 은행 구조조정 추진 속도, 개별은행에 미치는 영향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