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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代사태 해결 만만찮다""

박종면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0-05-29 09:31

만기도래 회사채 CP 처리가 당면 과제

말로만 떠돌던 ‘현대 사태’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상선은 지난주 만기도래한 어음을 막지 못해 채권 은행단의 자금 지원을 받아 위기를 모면했다.

이와 관련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에 대한 지원이 구조적인 영업 수익 악화와 근본적인 캐시플로어 부족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일시적 단기자금 수급차질에 따른 브리지론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당국도 비슷한 시각이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현대건설의 자금 문제는 단기적인 자금 수급 불일치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시장이 동요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이번 현대사태와 관련, 현대계열의 부채 비율이 181%에 불과하고 올 1/4분기의 경우 상장 14개사가 총매출액 23조9000억원, 당기순익 4000억원을 시현하는 등 영업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외환은행은 현대 계열의 총차입금이 지난 4월말 현재 36조1000억원으로 감소했고 차입금중 장기차입금이 65%를 점하는 등 차입구조도 안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들은 “현대건설과 상선이 유동성 위기에 몰린 것은 경영권 승계, 현대투신 부실 처리 과정에서 그룹의 신인도가 저하돼 CP와 회사채의 만기도래분 리볼빙이 어렵게 된데 기인하는 것인 만큼 지배구조 개선, 계열 분리, 보유자산 및 계열사 매각, 그룹 경영의 투명화등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면 조만간 공신력을 회복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환은행의 주장처럼 현대그룹을 대우와 같은 선상에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자 중공업 자동차 등 주력사들은 하나같이 이익을 내는 건실한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또 부채 구조나 기업 경영의 투명성 등에서도 대우에 비해서는 훨씬 심플하다.

그러나 현대사태를 일시적인 단기자금 수급 차질에서 초래된 해프닝 쯤으로는 간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금 현대그룹을 둘러싼 주변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현대가 대우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당좌대출 소진율은 지난 4월말에는 28%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달 하순들어서는 50.6%로 급등했다. 특히 현대건설이나 현대상선 외에 전자와 중공업의 당좌대출한도 소진율이 50%를 넘어 우려를 낳고 있다.

정상적인 기업의 경우 당대 소진율은 대개 20% 안팎에 불과하다. 그만큼 현대계열사들에 대한 금융권의 자금 회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기업의 부채비율이 마이너스가 아닌 한 금융기관들이 자기부터 살겠다고 여신을 회수하는 상황에서 버틸 기업은 없다.

정부당국이나 외환은행은 현대 계열사의 차입구조가 장기위주로 돼 있어 걱정할 게 없다고 말하지만 연말까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및 CP 규모가 무려 8조4639억원이나 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채권시장은 이달초 새한그룹이 위기에 빠지면서 위축되기 시작해 현대그룹이 채권은행들로부터 긴급 지원을 받았던 지난 26일부터는 완전 마비상태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회사채 국고채 CP등의 지표금리는 한자릿 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포철 한국통신 ㈜SK 롯데등 초우량기업 발행 채권을 제외하고는 거래가 완전 중단됐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이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기관의 회사채 및 CP 보유한도를 철폐했지만 지난주말부터 일부 증권사들은 CP 중개를 한건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심리적 영향도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투신 은행신탁 종금사 선발시중은행등 그동안 기업금융을 주도했던 금융기관들의 수신이 계속 이탈해 국민은행 주택은행등 가계금융 전문의 우량은행으로 몰리면서 채권시장에서 매수세가 실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 국민은행의 경우 올들어 총수신이 각 7조6000억원, 5조3000억원 늘었지만 이들은 주로 국고채 통안채 등을 위주로 운용하고 있고 기업금융 전문 금융기관은 제 앞가림 하기에도 급급한 실정이어서 당국이 채권 보유한도를 없애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외환은행등 채권은행들이 현대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현대 계열사가 발행한 만기도래 회사채및 CP를 리볼빙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사실은 이같은 현재의 채권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이제 현대가 죽느냐 사느냐는 채권금융기관들 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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