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 22일 거래량이동평균선이 단기 골든크로스를 보인 후 주가가 서서히 상승세로 진입했고,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지주회사로 묶는 등 금융권 구조조정의 윤곽이 드러나는 데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환율 금리 등 대외경제여건이 ‘제2위기설’로 확대됨에 따라 거의 전업종이 하락세를 면치 못함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상승신호가 나타나 금융주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 얼마나 떨어졌나 = 99년 중반의 고점대비 거래소 금융업종 지수는 71.6% 빠진 상태다. 은행지수는 67.7%, 증권지수는 77.5%, 종금사지수는 83.2%, 보험지수는 72.4% 내렸다.
코스닥 금융지수도 73.5% 하락했다. 대부분 금융업종이 공황과 비슷한 주가하락을 경험한 것이다.
개별종목 주가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국민은행의 주가는 지난해 2만5500원이었지만 현재 1만550원으로 59% 하락했고 주택은행도 4만500원에서 1만5900원으로 61%가 내렸다.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우량한 은행들은 하락갭이 더 깊었다. 조흥은행이 80.3%, 한빛은행이 90.6% 떨어졌다. 증권주들도 대폭락을 맛봤다. 삼성증권이 81.3%, 현대증권이 85.1% 급락했다.
◆ 바닥권에서는 조그만 호재에도 급반등한다 =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현시세가 바닥권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또한 바닥을 친 주가는 조그만 호재에도 급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지주회사로 묶는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자 한빛과 조흥은행의 주가는 이틀 연속 개장하자마자 상한가를 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자회사를 만들어 공적자금을 투입한 후 부실 자회사인 기업금융 부문을 정상화시킬 계획인 외환은행과 국민은행도 큰 폭의 반등세를 보였다. 하나의 금융지주회사로 결합 예정인 지방은행들도 모두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다.
은행주들의 강세는 곧 바로 증권주들에 영향을 미쳤다. 모든 증권주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가격 제한폭까지 오른 종목도 무더기로 나왔다. 산업은행이 인수해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대우증권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 98년 9월말과 비슷 = 1차 금융권 구조조정안이 확정되고 거의 실행단계에까지 임박했던 당시와 매우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당시 주가는 IMF 한파로 인해 지금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세몰이식’ 구조조정이 진행되자 지수는 99년 중반까지 거의 1년 가까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조흥 충북 강원은행이 합병했고, 국민과 장기신용은행이 통합됐다. 또한 상업과 한일은행이 합병작업을 거쳐 한빛은행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는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작업이 뒤받침됐었다. 부실책임에 대한 고강도 문책이 뒤따랐고, 시장 또한 부실금융기관의 퇴출을 요구했다.
게다가 빅딜을 주도하며 금융권을 완전 장악한 정부의 강한 리더십이 주가불안의 싹을 초반부터 제압해 나갔다. 이 때문에 전 금융업종 지수가 초고공 행진을 지속할 수 있었다.
◆ 상승패턴 유지하려면 = 은행권 구조조정안이 발표되자마자 상승 추세로 전환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주가하락은 우리경제의 기초여건이 불건전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러나 성장율도 12%대를 유지하며 거품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고, 외환보유고 등이 IMF 위기 때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축적돼있다. 특히 물가상승율이 3%대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금융권 구조조정 작업 지지부진에 따른 시장 신뢰 상실이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은행에 대한 합병유도 작업이 윤곽을 보이자 주가는 급반등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승전환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차 구조조정안이 나온 만큼 이를 강하게 밀어부쳐야 시장불안도 없어진다는 얘기다.
문병선 기자 bsmoo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