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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과세펀드 금융종합과세 입법취지 훼손""

박태준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0-04-12 19:05

파격적인 상품…소득세법시행령 개정부터 문제

정부가 그동안 여러 차례 예고했던 투신사 지원방안이 한투, 대투 등 투신사의 뮤추얼펀드 취급과 전 투신사의 분리과세형 펀드 판매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분리과세형 펀드 허용에 대해 금융권은 한마디로 ‘파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세 형평성을 위해 지난 94년 시행된 후 최근 수년간 유보됐다가 내년부터 다시 시행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는 물론 장기채 시장 활성화와 장기저축 유도를 목적으로 도입된 분리과세형 상품의 근본 취지를 ‘무시’한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투신사에 허용된 분리과세형 상품 판매는 이처럼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유명무실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투신사에 대한 특혜 시비, 장기채권 시장의 위축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선 어떻게 이같은 상품의 허용이 가능했을까에 금융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득세법 시행령의 개정

분리과세상품의 근거 규정이 되는 소득세법시행령 제187조는 이제까지 세차례에 거쳐 개정돼 왔다. 지난 94년 소득세법 개정시에는 수익증권 전액을 5년이상 공채 또는 사채에 투자해야 수익증권의 이익이 분리과세 됐다. 이후 95년에 개정된 소득세법에서는 분리과세 요건이 신탁기간 5년 및 신탁재산의 90% 이상을 5년이상 공채 또는 사채에 투자하는 것으로 다소 완화됐다.

종합과세가 시행 유보되면서 98년 개정시 전면 삭제됐던 분리과세에 대한 조항은 지난해말 대폭 완화된 모습으로 다시 살아났다. 신탁기간 5년 이상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유가증권 기간에 관계없이 신탁재산의 50% 이상만을 공채 또는 사채에 투자하기만 하면 분리과세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한 것.

이같은 관련 법규 개정은 다양한 분리과세상품 개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결국 누구든지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 셈이다. 5년이상 장기채권에 얼마를 투자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사라짐으로써 분리과세형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기관은 다양한 상품을 양산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측은 “분리과세와 관련된 소득세법 시행령의 개정은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개정돼 왔다”며 “특정 금융사의 지원이나 조세회피용 금융상품 개발을 염두에 뒀다는 지적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금융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투신사의 분리과세형 펀드가 가져올 부작용은 적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사실상 만기가 1년인 금융상품에 분리과세를 허용했고 이 상품에 부유층들의 뭉칫돈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종이 호랑이’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분리과세 상품의 소득세율이 30%로 단순 계산했을때 적어도 13억원 이상의 자금을 이 상품에 예치해야 세제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며 “이 상품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유명무실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은행 후순위채와 같은 상품이 품귀현상을 빚고 분리과세형 신탁 상품 등에 거액이 몰리는 현상을 감안하면 금감원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투신사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타 금융기관들의 지적도 논란 거리가 되고 있다. 은행, 보험사 관계자들은 같은 성격의 상품을 허용해 줘야 동등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주장, 재경부가 은행권등에도 조만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입법 취지를 분명히 살리기 위해서는 이같은 ‘초법적’상품의 확대 허용보다는 오히려 분리과세 상품의 요건을 더욱 엄격히 적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은행에서 판매되고 있는 분리과세형 특정금전신탁의 중도해지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기채 시장의 위축도 우려된다. 이제까지는 분리과세 상품과 장기채를 연계, 장기채에 대한 매수세가 꾸준히 형성돼 왔다. 실제로 최근 분리과세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은행, 보험사들이 장기채 확보 경쟁을 벌이자 지난 1월 10.3%였던 국민주택 1종의 금리가 최근 8.9%대로 140bp가량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분리과세 조건 완화는 장기채 시장 육성이라는 정부 정책과도 배치된다는 얘기다.

총선 직전인 지난 11일 도입방안이 전격 발표됨에 따라 분리과세 펀드는 이번주 약관심사를 거쳐 내주부터 전 투신사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예상이 빗나가 이 상품에 ‘큰 손’들의 자금이 몰려들 경우, 정부는 선거를 의식해 특정계층 및 특정 금융기관에 ‘선심성’ 상품을 허용해준 것 아니었냐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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