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벤처시장은 한마디로 절대적인 ‘공급우위의 상태’.
최근들어 벤처기업에 대한 거품론이 득세하면서 우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벤처기업에 자금이 더욱 몰리는 현상을 빚어내고 있다. 때문에 기술력있는 벤처기업은 한마디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단지 ‘액면의 몇 배’라는 조건보다 오히려 어떤 자금을 투자 받을 것인가에 대한 결정에 심사숙고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시장상황에서 최근 벤처기업들 사이에 ‘이왕 비슷한 조건의 자금을 유치받을 바에야 다양한 옵션을 기대할 수 있는 대기업을 선택하겠다’는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대기업들의 자금을 지원받을 경우 국내외 네트워크와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고 경영지원은 물론 시장확대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벤처기업들이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0일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벤처기업중 상당수가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대기업 벤처지원 자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대기업이 가진 경영 노하우와 인적·물적 네트워크에 대한 매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의 벤처투자는 창투사의 벤처투자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양자 모두 수익창출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창투사의 경우 영역구분없이 단순한 수익창출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는 반면 대기업들의 경우 전략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벤처투자를 하고 있다.
벤처기업은 대기업들의 경영관리 노하우와 기술지원 네트워크등을 통해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영관리부문과 자금운용 기술개발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대기업들의 경우는 기존의 사업영역에 벤처의 유연성과 스피드를 첨가해서 분출되는 전략적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예로 현대건설이 지원하는 현대벤처지원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현대벤처지원센터에는 현대건설의 인터넷아파트건설과 관련된 인터넷방송, 지문인식, 수질정화장치, 차량관리포탈 등의 벤처들이 입주해 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벤처기업들이 대기업의 자금을 유치하는 것도 좋지만 자금 유치후에 경영권과 관련한 위험이 상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이 자금을 유치하면서 유·무상증자를 통해 창업자 지분이 크게 낮아지고있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롬기술의 경우 삼성측의 투자를 받은 이후에 끊임없이 합병설 등 루머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새롬 오상수 사장의 지분이 8.6%이고 삼성측의 현재지분은 4%대인데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끊임없이 삼성의 새롬인수설과 관련한 루머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벤처게이트기술투자 곽대환 이사는 “대기업자금을 유치하려는 벤처기업들은 대기업의 경영 노하우 및 국내외 유통망 지원에 따른 시너지효과와 함께 벤처기업 창업주의 지분 감소에 따른 리스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창호 기자 che@kftimes.co.kr